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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서 더 빛난 2008 경제계 말말말

입력 | 2008-12-22 02:58:00


“역샌드위치 기회” 희망 찾고

“勞經은 부부” 화합의지 다져

2008년은 ‘위기의 해’였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정부 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 주체를 불안감으로 몰아넣었다.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말(言)의 위력은 위기에서 더욱 빛났다. 올해 경제난국 속에서도 기회를 찾게 하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희망의 미래를 기약하게 한 ‘2008년 한국 경제계 화제의 말’을 소개한다.

“어렵다고 사람 내보내면 안돼”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됩니다. 어렵다고 사람 안 뽑으면 안 됩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1월 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CM)’을 잇달아 가진 자리에서 ‘사람경영’을 강조하며 이같이 지시했다. 올해 경제계 최고의 화제 발언으로 꼽히는 이 말이 보도된 뒤 한국 대기업 사이에서는 ‘인위적 감원(減員)을 최소화하면서 이번 난국을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재계에서 차지하는 구 회장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LG는 물론이고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SK 등 다른 그룹에서조차 “구 회장의 발언 덕분에 한국 사회에서 최소한 몇 만 명은 해고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위기 극복 의지와 방향을 제시한 CEO나 경제단체장들의 말도 적지 않았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8월 그룹 임직원들에게 “과거 외환위기는 느닷없이 찾아온 것이어서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당했지만 현재 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11월 ‘이노비즈 글로벌 포럼’ 초청 강연에서 “그동안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하이테크에 밀리던 한국 제품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비교우위를 갖는 ‘역(逆)샌드위치’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범 무역협회장도 10월 “발상을 바꾸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기업들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친화적 정책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가 올해 출범하면서 기업의 역할을 평가하고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도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취임식에서 “기업은 국부의 원천이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라고 밝혔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4월 포스코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10년간 집권한 두 정권이 분배만 중시하고 성장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아 기업이 투자를 꺼렸다”면서 “이 때문에 나라 경제력을 지탱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광우병 시위’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일부 세력의 메이저신문 광고주 협박사태는 시장경제의 근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었고 이에 대해 경제계의 우려도 나왔다.

민병준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은 6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광고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명백한 반(反)소비자 운동”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한국광고주협회는 10월 ‘광고주는 미디어 집행을 강요하는 모든 압력에 대항할 권리를 갖는다’는 내용의 미디어헌장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일부 기업 노조위원장들의 발언도 눈에 띄었다.

노사관계의 모범으로 이 대통령으로부터 칭찬까지 받은 ㈜코오롱의 김홍열 경북 구미공장 노조위원장은 11월 ‘코오롱 변화혁신활동 페스티벌 2008’에서 “노조위원장이 원가절감 태스크포스팀장을 맡는다고 하니까 몇몇 사람이 미쳤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2년 연속 임금 동결에 합의하고 19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룬 LG전자의 박준수 노조위원장은 3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경(勞經) 관계는 부부 관계와 같다”면서 “남편(회사)이 부인(노조)을 화나게 했다고 해서 대책 없이 반발만 하면 가정 파탄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래세대 꿈 심어주는 발언도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에 대한 조언도 적지 않았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5월 충북 청주시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가진 특강에서 “승자(勝者)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패자(敗者)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 일생을 두고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12월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중앙대의 재학생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계구우후(鷄口牛後·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라는 구절을 인용하면서 “무조건 대기업만 고집해 취업 재수생이 되기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실력과 경험을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b>구본무 회장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되고, 사람 안 뽑으면 안 된다.”

b>김재철 회장

“승자(勝者)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패자(敗者)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 일생을 두고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라.”

b>박태준 명예회장

“지난 10년간 집권한 두 정권이 분배만 중시하고 성장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아 기업이 투자를 꺼렸다. 이 때문에 나라 경제력을 지탱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

b>김홍열 위원장

“노조위원장이 원가 절감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미쳤다고 하더라.”

b>박준수 위원장

“노경(勞經) 관계는 부부 관계와 같다. 남편(회사)이 부인(노조)을 화나게 했다고 해서 대책 없이 반발만 하면 가정 파탄이 올 수도 있다.”

b>민병준 회장

“기업의 자유로운 광고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명백한 반(反)소비자 운동이다.”

b>박용성 회장

“계구우후(鷄口牛後·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란 말이 있다. 대기업만 고집해 취업 재수생이 되기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실력과 경험을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

b>조환익 사장

“글로벌 경제위기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 제품이 비교우위를 갖는 ‘역(逆)샌드위치’의 기회가 (한국에) 오고 있다.”

b>박삼구 회장

“외환위기는 느닷없이 찾아온 것이어서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당했지만 현재 위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b>이희범 회장

“발상을 바꾸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