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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헌재]“의정비 못깎는다” 서울시의회 또

입력 | 2008-12-22 02:58:00


‘24시간 학원 파문’과 ‘돈 봉투 추문’에 이어 ‘의정비 반기’까지….

2008년 서울시의회는 잊을 만하면 뒷걸음질을 치며 역주행을 계속했다.

19일 서울시의회는 내년 의정비를 6100만 원으로 정한 ‘의정비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켰다.

이날 본회의에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올해 6804만 원에서 704만 원(10.3%) 삭감된 6100만 원을 내년도 의정비로 정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상정됐지만 참석자 76명 중 과반에 못 미치는 37명만이 찬성해 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안은 지방의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기준안을 제시하고 자치단체장이 구성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이 기준에 따라 의정비를 책정해 의회에 통보하는 것은 지방자치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의정비 삭감은 인정하지만 제도의 모순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의정비심의위가 결정한 금액 이내에서 조례로 의정비를 정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의원들이 반대해도 의정비심의위가 새로 의정비를 정하지 않는 한 의정비는 61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

조례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시 의원들은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이번 주 중 임시회를 소집해 6100만 원의 조례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방침이다. 의원들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뻔히 알고도 중앙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서울시의원들의 행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모든 사람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안 되는 줄 뻔히 아는 일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3월에는 학원 교습시간을 24시간 허용하는 내용의 조례 수정안을 만들었다가 여론의 역풍이 불자 이를 전면 삭제했다.

후반기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김귀환 전 의장이 구속되고 시의원 수십 명이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돈 봉투 추문’도 있었다.

일이 벌어질 때마다 시의원들은 ‘지난 일을 잊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의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다면 자신들에게 시민들이 어떤 눈길을 보내고 있는지 똑바로 봐야 한다.

이헌재 사회부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