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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세 슈미트 ‘노익장’

입력 | 2008-12-22 02:59:00


회고록-피아노연주 CD내고 줄담배까지

“혼돈 시기 나라 이끈 지혜” 인터뷰 쇄도

23일 90세 생일을 맞는 헬무트 슈미트(사진) 전 서독 총리는 여전히 정력적이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출간한 회고록 ‘공무에서 벗어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피아니스트인 그는 지난달 과거 녹음했던 바흐와 모차르트 곡으로 CD를 새로 냈다. TV 광고에 출연해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주간신문 ‘디 차이트’를 홍보하는 데도 열심이다.

무엇보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독일인은 혼돈의 시기에 나라를 이끌었던 그에게서 다시 지혜를 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최근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1974∼1982년 총리를 지낸 그는 소련 핵미사일과 적군파의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소련이 서구를 겨냥한 SS20 중거리 미사일을 해체하지 않는 한 서독은 자국에 퍼싱Ⅱ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허용한다는 전제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소련의 군축협상을 견인했다.

이 결정은 서독에서 대대적인 반핵 운동을 가져왔다. 그가 속한 사민당(SPD)조차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소련은 미사일을 철수했다.

그는 적군파에도 단호하게 대처했다. 극좌파인 적군파는 독일의 저명인사 30명 이상을 납치 살해했다. 1977년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승객 91명을 태운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납치해 적군파의 석방을 요구했을 때 그는 오히려 특공대를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공항으로 보냈다. 인질은 풀려났고 감옥에 갇힌 적군파는 집단 자살을 택했다.

슈미트 전 총리는 2007년 ‘디 차이트’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러시아보다 세계 평화를 더 위협한다”는 기고를 통해 충격을 던졌다.

그는 부인 로키 씨와 함께 줄담배를 피워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TV 녹화 중에도 담배를 입에 무는 그는 1월에는 금연법을 공개적으로 조롱한다고 해서 경찰에 소환될 뻔했다.

그는 최근 “귀가 나빠져 음악 듣기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세상을 소란한 곳으로만 느끼지 않으려면 음악과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