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친노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 발표
朴씨, 위장 소유 회사 통해 거액 조성한 정황
노건평씨-딸 등 미공개 정보로 6억 주식 차익
정대근씨 ‘50억원’ 로비사용 흔적 발견 못해
검찰이 22일 이른바 ‘친노게이트’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거론된 ‘박연차 리스트’ 등에서 뚜렷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내년 1월 초쯤에는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사 수익 추적=검찰이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자금의 원천으로 가장 의심하고 있는 것은 박 회장이 위장 소유한 의혹이 있는 아파트 건설 시행사 K, D사의 수익금이다.
박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정산개발이 보유한 경남 김해시 동상대성지구 용지 등을 K사 등에 팔아 33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K사 등은 다시 이 땅을 시공사인 L, W사에 아파트 건설 용지로 팔아 시세차익과 함께 확정개발이익금(예상되는 아파트 건설 수익에 대한 프리미엄) 수백억 원을 남겼다.
확정개발이익금 등 수백억 원은 K사 사장 강모 씨 등이 대부분 가지급금 형식으로 인출해 갔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강 씨가 인출한 돈이 다시 박 회장에게로 흘러들어갔는지에 주목해 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K사가 얻은 수백억 원대의 수익은 박 회장의 정산개발이 매각한 아파트 용지를 밑천으로 삼은 것이어서 이 돈이 다시 박 회장에게 돌아왔다면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 씨가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될 즈음인 9월에 해외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노건평 씨 회사 돈 횡령 혐의 추가=노건평 씨가 자신의 회사인 정원토건의 회사 돈을 빼내 지문인식 기술을 이용한 보안시스템 업체인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 주식에 본인과 지인 명의로 차명 투자했다는 내용은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본보 4일자 A1면 보도
노건평씨도 ‘리얼아이디’ 100여만株 차명매입
검찰은 노 씨가 2004년 3월∼2005년 11월 회사 돈 15억 원을 빼내 이 중 10억 원을 박 회장이 대주주였던 리얼아이디 주식에 차명 투자한 사실을 확인하고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노 씨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세종증권 투자 누가 했나=검찰은 노무현 정권 당시 유력 인사들이 세종증권 주식 투자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2005년 1월 이후 세종증권 주식 거래 내용 전체를 확보해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이 있는 계좌 210여 개를 집중 분석했다.
조사 결과 노건평 씨 본인과 딸, 사위, 사돈이 세종증권 주식 투자로 6억31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다른 정관계 인사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박 회장의 최측근인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도 부인 등 가족 3명의 명의로 모두 7억7000여만 원의 시세차익을, 세종캐피탈의 뇌물 50억 원을 정대근 전 농협 중앙회장에게 전달한 남경우 전 농협축산경제 대표도 5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정대근 50억 원’ 로비와 무관=정 전 회장이 세종캐피탈로부터 받은 뇌물 50억 원은 모두 용처가 확인됐다. 남 전 대표가 관리한 이 돈은 △남 전 대표가 운영하던 자문사 IFK의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으로 3억6000만 원 △경남 양산시 웅상읍 아파스 시행사업 지분 인수 비용 19억 원 △울산 중구 복산동 아파트 시행사업 용지 매입 비용 27억4000만 원 등으로 쓰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