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쌍용車 평택공장 23일 밤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17일부터 조업이 중단돼 경비원 등을 제외하고는 한적한 모습이다. 평택=김재명 기자
韓 - 中 정부에는 경영자금 지원 압박하고
구조조정 반대 노조 옥죄기 ‘다목적 카드’
쌍용자동차 최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조건부 한국 철수’ 방침을 내비친 것에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다목적 카드’를 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 한중 양국 정부에서 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목적과 함께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실제로 한국을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하이차는 2005년 1월 쌍용차를 인수해 5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쌍용차는 ‘무쏘’와 ‘코란도’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에 강점이 있어 상하이차에 인수된 후 회생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글로벌 경제위기 등으로 판매가 급감했다. 지난달 판매량(3835대)은 작년 11월(8853대)의 절반도 안 됐다. 결국 쌍용차의 모든 공장은 17일부터 조업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이달 월급마저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쌍용차는 차종이 SUV 위주로 단순한 데다 연구개발(R&D)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쌍용차는 성장 기반이 취약한데다 최근 자동차 경영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상하이차가 한국에서 실제로 철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상하이차에 ‘입김’이 강한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가장 큰 회사로 쌍용차를 꼽았다. 또 공기업인 상하이차 내부에서 한국 철수로 인한 ‘책임론’이 제기되면 현 경영진이 곧바로 문책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극단적 선택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상하이차가 한국과 중국 정부에 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압박하는 동시에 쌍용차 노조를 길들이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리고 ‘한국 철수’ 카드를 꺼냈다는 시각이 일단 우세하다.
쌍용차 인수를 위해 5900억 원을 투자한 상하이차는 한국에서 철수하면 투자비용을 거의 다 날릴 수 있다.
하지만 쌍용차 인수로 얻은 자동차 관련 기술의 ‘무형적 가치’가 기존 투자비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쌍용차의 향후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고 상하이차가 판단할 경우 실제로 철수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상하이차는 최근 쌍용차와의 ‘시너지 회의’에서 국내 시장에 중형 세단(U100)을 내놓으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렉스턴 후속모델(Y300)도 2010년 하반기 이후로 시판을 연기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신차 개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직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 측은 “신차 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일정에 맞추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형 세단에 대해서만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출시 시기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계 일각에서는 “만약 토종기업이었다면 지금 정도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말을 쉽게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