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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건설사가 직원들에 “미분양아파트 사라”

입력 | 2008-12-24 16:46:00


경기침체로 인해 전국적인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건설업체마저도 직원들에게 자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게 하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강압적인 떠넘기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직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내 걸게 되자 이미 아파트를 구입한 기존 일반 고객들의 반발도 우려되고 있다.

A건설의 한 직원은 “연말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상사와의 면담을 통해 회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이나 부모님에게 빌려서라도 일단 아파트 계약금을 마련하라는 말을 들었다. 조직개편을 앞둔 상황에서의 이 같은 면담은 큰 압박으로 다가 온다”고 말했다. 일부 팀에서는 직원들이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지,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 그 사유를 취합하기도 했다는 것. 강압적인 분위기를 느낀 한 직원은 주택구입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울먹이며 주변에 사정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일부직원은 “협박에 가까운 면담과정을 겪었다.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못할 경우 조직을 떠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또 “향후 해약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조건이라고 들었다. 1인 1채 구입을 원칙으로 하고 팀 내 1명이 새 아파트를 구입하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이 2채를 구입하도록 종용받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A건설의 경우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4500채를 직원특판 대상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구입하도록 하는 것(직원 특판)은 건설업계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처럼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고가의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이다.

A건설은 “미분양 해소 차원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특판을 실시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강압적인 분위기를 겪었다는 주장은 실무선에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일부 사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건설 측은 “전국적으로 7천 가구 정도 미분양 물량이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이들 물량은 곧 소진될 것으로 낙관한다. 그러나 현재는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직원복지도 고려하고 회사의 사정도 고려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건설측은 이번 미분양 아파트를 직원들에게 판매하면서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어떤 혜택을 주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 이미 아파트를 구입한 기존 고객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직원들에게 입주 전까지 분양가의 50%를 내게 하고 입주 후 2년 내 잔금 50%를 내도록 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가 기존 일반구입자 등의 반발로 인해 없었던 일로 하기도 했다.

A건설 측은 “내년에는 약 30만가구의 신규 아파트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예정된 물량은 12만 가구 정도다. 수급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중반이면 집값이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직원들이 주택을 구입하면 입주시점인 2~3년 뒤에는 집값 상승으로 차익실현도 예상되니 혜택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특판 아파트들이 미분양이 쌓인 비인기 지역위주로 돼 있어 향후 차익실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직원은 “회사의 부채를 직원들에게 떠 넘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