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 도쿄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재판관들이 일본의 A급 전범을 심리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前내각이 전쟁 결정… 침략 아닌 自衛”
법정서 책임 미루고 식민지 지배 부인
“침략 아니다… 우리에게 죄 덮어씌워” 주장
아사히신문 “자신들 죄 전혀 언급안해” 비판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범죄자로 국제군사재판에 회부됐던 일본의 A급 전범들이 재판 기간 중 변호인단에 건넨 자필 의견서 사본이 발견됐다.
전쟁 당시 일본의 고위 관료를 지낸 A급 전범 28명 중 15명이 작성한 의견서는 그동안 일본 도쿄에 있는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돼 왔다고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개전 당시 총리로 전쟁을 주도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은 의견서에 “(침략전쟁이 아니라) 자위(自衛)를 위한 전쟁이었다”고 강변하는 등 대부분 전쟁 책임을 회피하는 내용을 담았고, 일부는 재판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A급 전범 일부가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의견서를 낸 인물과 그 내용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2월 23일은 전범 7명의 사형이 집행된 지 60년이 되는 날이다.
흔히 도쿄재판이라고 불리는 극동국제군사재판은 1946년 5월에 시작됐는데, 의견서는 그해 8월경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변호인단이 재판정에서 모두진술을 할 때 읽어 달라는 취지로 쓴 것으로 총 원고지 80장 분량이다.
도조 히데키는 각각 육군과 해군의 군무국장을 지낸 무토 아키라(武藤章), 오카 다카즈미(岡敬純)와 함께 제출한 원고지 10장 분량의 의견서에서 “전쟁의 진짜 원인은 동아시아에 대한 구미의 반(半)식민지 정책 및 세계를 공산화하려는 공산당의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면전쟁에 돌입하게 된 것은 전임 내각이 수립한 정책 때문’이라는 책임회피성 주장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정권 아래서는 “아시아 각국이 완전히 대등한 관계였다”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부인했다.
그는 나아가 미국이 히로시마 등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을 ‘승전국의 대량학살’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재판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만주국 건국 공작 혐의와 함께 민간인 살해죄로 기소된 도이하라 겐지(土肥原賢二) 전 봉천(奉天·현 선양·瀋陽) 특무기관장은 “전쟁과 작전을 거부하면 반역자가 되는 것이었다”며 자신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각각 장상(藏相·현 재무상)과 육군상을 지낸 가야 오키노리(賀屋興宣)와 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