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아 1월호
“다윈의 손녀딸이자 내 외할머니인 노라 발로는 95세이던 어느 날, 내게 다윈의 삶을 이야기해 줬어요. 그리고 그의 진화론이 무엇인지도 들려줬지요.”
영국의 시인이며 런던동물학회 회원인 루스 페이덜(62) 씨는 지난달 24일 과학동아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다윈에 관한 가족사적 얘기를 찬찬히 전해줬다.
페이덜 씨에 따르면 다윈은 정직하고 성실하며 친절하고 자상한 성격이었다. 자식에게는 다정한 아버지이자 아내에게는 둘도 없는 남편이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붙잡고 연구하는 고집스러운 학자이기도 했다.
“‘종의 기원’이 출간됐을 때 다윈 할아버지의 셋째 아이가 죽었어요.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체만 살아남는다는 자신의 자연선택설을 자식의 죽음에서도 느낀 셈이죠.”
그러나 신앙심이 깊었던 다윈의 부인 에마는 달랐다. 페이덜 씨는 “에마에게 인간의 죽음과 종의 멸종은 사후(死後) 세계의 시작이었다”며 진화론에 대한 다윈과 에마의 시각차를 설명했다. 그녀는 다윈의 일기와 편지에서 드러난 진화론과 그에 따른 갈등을 시로 구성한 책 ‘다윈: 시로 보는 일생’을 내년 2월 12일 영국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2009년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을 맞아 과학동아 1월호는 페이덜 씨를 비롯해 ‘다윈의 위험한 생각’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대니얼 데넷, ‘21세기판 비글호’를 건조 중인 영국의 피터 맥그로스 씨 등을 인터뷰했다. 또 다윈의 진화론이 인문학, 사회과학 등 세상 전반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신년 특집으로 소개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