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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삼성증권 남녀테니스단 김일순 감독

입력 | 2008-12-26 02:57:00


테니스와 결혼했다고요?

제2 이형택 낳고 싶어요

24일 찬바람이 부는 서울 남산 자락의 장충코트에서 김일순(40) 삼성증권 테니스단 감독을 만났다. 이곳은 김 감독이 소녀 시절부터 클레이코트의 흙먼지를 마셔가며 테니스 스타의 꿈을 키워온 고향과 다름없는 곳이다. 마침 이날은 그의 마흔 번째 생일이었다.

흔들림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가 된 김 감독은 연말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없다. 최근 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된 뒤 이런저런 신년 구상과 훈련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회사에 들어가서 선수 보강 계획을 의논해야 해요.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중학생 이소라 선수가 미국의 큰 대회인 오렌지볼에서 처음 우승했어요. 너무 기쁘네요.”

김 감독은 국내 스포츠에서 보기 드물게 남녀 팀을 함께 이끄는 여성 지도자가 됐다.

“여자 감독은 대인관계나 리더십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12년 동안 코치로 한 우물을 팠던 내 존재를 인정해 준 것 같아요. 갈 길이 멀지만 차근차근 가슴속에 담아둔 목표를 꺼내 이루고 싶어요.”

김 감독은 1980년대 중반부터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 테니스의 에이스였다.

안양여상 1학년 때인 1985년 국가대표에 발탁된 뒤 국내 무대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1994년 은퇴 후 1996년부터 삼성물산 코치를 맡아 주원홍 감독과 함께 박성희, 조윤정, 전미라 등을 배출했다. 한국 여자 선수 최고인 세계 45위까지 오른 조윤정은 전미라와 함께 사상 첫 투어대회 복식 우승을 엮어냈다.

최근 한국 테니스는 이형택, 조윤정의 뒤를 이을 눈에 띄는 신예가 없기에 김 감독의 어깨는 무겁다.

“잠재력이 큰 어린 선수를 조기 발굴해 육성하는 시스템에 주력할 겁니다. 중학생 이소라, 장수정, 고교생 노상호에게 기대를 걸고 있어요. 3년 후를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지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테니스에서도 김연아, 박태환 같은 선수가 나와야죠.”

어학 실력과 국제대회 경험의 중요성도 강조한 김 감독은 “경청과 도덕적 권위를 지도자의 덕목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량이 소주 3병인 김 감독은 마흔 줄에 접어들었지만 미혼이라 ‘테니스와 결혼했다’는 얘기까지 듣는다.

“1년에 9개월은 외국에서 지내는 생활을 10년 넘게 하고 있어요. 아마 남자 코치도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힘들 겁니다. 언젠간 하겠죠. 호호∼.”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일순은 누구

△출생지=경기 안양시 △생년월일=1968년 12월 24일 △키=173cm △출신교=안양초-안양서여중-안양여상-명지대 △국가대표=1985년(고교 1학년)∼1993년 △주요 경력=1985, 86년 장호배 고교대회 2연패, 1986년 US오픈 주니어 복식 결승,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단체·복식 은메달, 1991년 셰필드 하계유니버시아드 복식 금메달 △은퇴=1994년 △지도자 경력=1996년부터 삼성물산, 삼성증권 코치(박성희, 조윤정, 전미라 등 지도) △주량=소주 3병 △취미=등산, 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