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이어 또 하나의 강력한 자원 카르텔이 등장했다.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16개국 대표들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모여 가스수출국포럼(GECF)을 공식 출범시켰다. GECF의 힘은 회원국 가운데 러시아 이란 카타르 베네수엘라 알제리 5개 회원국만 합쳐도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분의 2, 생산량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하다. 세계 주요 언론은 ‘가스 OPEC’가 태동했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카타르의 도하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테헤란을 물리치고 본부 유치에 성공했다.
▷GECF 출범과 함께 관심을 끄는 것은 “값싼 천연가스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선언이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수출국들을 결집시켜 가격 인상을 추구하려는 속셈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러시아는 2001년 결성돼 협의체 수준으로 운영되던 GECF를 공식 기구로 바꾸어놓은 주역이다. 카타르를 비롯한 8개 GECF 회원국이 OPEC 회원국이기도 해 두 기구가 공조할 가능성도 있다. 베네수엘라 에너지장관은 “GECF와 OPEC가 지향하는 원칙은 똑같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자원을 무기 삼아 수입국을 괴롭힌 대표적 자원 부국이다. 러시아 국영가스공사 가스프롬은 지금도 우크라이나가 밀린 가스 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2년 전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이유로 이틀 동안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 사람들을 한겨울 추위에 덜덜 떨게 만들었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자원 보유국의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대부분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도 GECF 회원국이다. 9월에 한-러 정상은 양국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가스 에너지를 확보하고 수송비용을 절감할 획기적인 방안이다. 북한 지역을 통과하는 문제를 비롯해 장애가 많지만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GECF를 주도하는 러시아와 대화가 잘되면 다른 회원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