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도 ‘여왕급’이었다.
‘피겨퀸’ 김연아(18·군포수리고)가 ‘통 큰’ 성탄 선물을 보냈다. 25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자선 아이스쇼 ‘KB국민은행과 함께 하는 김연아의 에인절스 온 아이스(Angels on Ice)’를 통해 총 1억4000여만원의 성금을 전달한 것이다. 또 2008-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받은 인형 1000여개도 불우한 어린이들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받은 만큼 주는 기쁨’을 만끽한 셈이다.
○김연아에게 도착한 ‘크리스마스 카드’
일주일 전. 김연아는 뜻깊은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을 받았다. 발신인은 기부금 수혜자 중 한 명인 김진아(11) 양.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김 양은 “언니의 도움을 받고 빨리 회복해서 저도 언니처럼 아픈 사람을 도울게요. 언니도 힘내세요!”라는 내용을 적어 보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 IB스포츠는 “김 양은 워낙 성격이 밝고 쾌활해 힘겨운 항암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했다.
카드를 받고 감동한 김연아도 주저 없이 펜을 들었다. 그리고 “진아가 장래 희망인 수학선생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언니가 응원할게! 언제나 꿈을 잃지 말고 힘내!”라고 씌여진 답장을 보냈다. 김 양은 “내년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언니의 아이스쇼를 직접 보고 싶다”며 기뻐했고, 김연아는 “오히려 내가 더 힘을 얻은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기부금 액수만 1억4000만원
‘에인절스 온 아이스’를 성황리에 끝낸 김연아는 가톨릭대 성모병원, 고려대 병원, 국립 암센터, 적십자 병원의 희귀암·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수익금 1억4363만7000원을 전액 기증한다. 입장수익 9000여 만원에 KB국민은행이 추가 지원한 5000만원을 더했다. 일부 어린이들을 이날 아이스쇼에 초청했고, 2부에서는 연골무형성증을 앓고 있는 김강산(9) 군에게 직접 격려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형 1000여 개도 어린이들 품에
돈 뿐만이 아니다. 김연아는 그랑프리 파이널 때 팬들로부터 받은 인형 1000여개도 고스란히 아픈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인형들을 1톤 트럭 두 대로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창고로 운반한 후 깨끗하게 포장해 보관해 왔다. 올해 안에 인형을 나눠받게 될 대상은 장애인 피겨 선수들이 있는 ‘동천의 집’과 소아암병동인 여의도 성모병원 엔젤병원, 그리고 고려대 구로·안산 병원 등. 김연아는 “팬들이 내게 주신 선물이지만 어린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게 그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목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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