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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대 해프닝] 무박2일…15-13 ‘혈투가 기가막혀’

입력 | 2008-12-26 08:28:00


2008년에도 프로야구에는 굵직한 사건사고와 기록들이 쏟아졌다. 또한 황당한 해프닝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스포츠동아는 2008년을 돌아보며 잊을 수 없는 프로야구 10대 해프닝을 추려봤다.

1. 윤길현 욕설파문과 김성근 자진 결장

6월 15일 문학구장. SK 투수 윤길현은 타석에 들어선 KIA 최경환의 머리로 향하는 위협구를 던졌다. 최경환이 윤길현을 노려보면서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왔지만 충돌로 비화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윤길현이 곧바로 최경환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욕설을 하는 입모양이 TV화면에 잡혔다.

팬들은 각종 야구게시판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윤길현을 맹비난했고, 일부 KIA팬들은 다음날 잠실구장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구단버스를 가로막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SK 신영철 사장과 김성근 감독(사진)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윤길현은 2군으로 내려가 삭발을 했고, 김 감독은 사죄의 의미로 당일 두산전에 자진결장하는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2. KIA-LG 5시간 15-13 ‘핸드볼 스코어’

5월 24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KIA-LG전. 양팀 합쳐 32개의 안타가 쏟아졌고, 28점이 나왔다. 투수만 14명(LG 6명, KIA 8명)이 출동했다.

양팀 사사구는 무려 17개. 만화에서나 볼 법한 경기였다. 1회초 KIA가 3점을 선취했지만 1회말 곧바로 LG가 5점을 뽑아내며 역전.

이후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뒤 LG가 5회와 6회 3점씩을 얻어 13-9로 앞서 승기를 잡은 듯했다. 그러나 KIA는 7회 2점을 추격한 뒤 8회초 14-1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KIA의 15-13 승리. 양팀은 9이닝 동안 정확히 5시간 혈투를 펼쳐 프로야구 27년 사상 정규이닝 최장시간 신기록을 작성했다.

130여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2006년 5월 15일 뉴욕 양키스-보스턴 레드삭스의 4시간 45분이 정규이닝 최장시간이다.

3. 고의삼진 고의실책…빗속 다른 셈법

6월 4일 광주구장. 한화와 KIA는 볼썽사나운 경기를 치렀다.

KIA가 2회말 장성호의 만루홈런으로 6-0으로 앞선 상황에서 3회부터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KIA는 5회까지 진행해 강우콜드게임승으로 끝나기를 바랐고, 한화는 그 이전에 경기가 중단돼 노게임이 되기를 원했다.

이때부터 한화 수비수들은 잡을 수 있는 공도 잡지 않았고, 투수 마정길은 볼만 던졌다. KIA 타자들은 어이없는 볼에도 마구잡이로 배트를 휘두르며 삼진을 당했다.

이들은 이런 플레이를 하면서도 실실거리며 웃음을 터뜨려 팬들의 분노를 샀다. 경기는 결국 7회말 폭우로 중단돼 KIA의 승리로 끝났지만 KBO는 양구단에 엄중경고를 내렸다.

4. 장원삼·정원석 진빠지는 17구 싸움

히어로즈와 두산이 맞붙은 9월 24일 잠실구장. 히어로즈 선발투수 장원삼은 7회 1사1루에서 두산 정원석과 만났다.

초구 헛스윙, 2구째 파울, 3구째 볼. 그런데 4구째부터 9구째까지 무려 6개의 연속파울. 10구째는 볼. 이후 다시 6개의 파울이 나왔다.

던지는 장원삼이나 치는 정원석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 16구째는 왼쪽 폴을 살짝 벗어나는 파울홈런이었다. 17구째에 정원석의 유격수 땅볼로 선행주자가 2루에서 포스아웃됐다.

역대 한 타자 상대 최다투구 신기록. 한 이닝을 마칠 수 있는 17개의 공을 던진 장원삼은 경기 후 “던질 데가 없어 미치는 줄 알았다. 7, 8구쯤 됐을 때는 짜증이 밀려왔고 오기로 던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5. 국민유격수 박진만 ‘원 플레이 투 에러’

삼성과 두산이 만난 잠실 플레이오프 1차전. 국내 최고 유격수로 평가받는 삼성 박진만은 평생 잊지 못할 실책을 저질렀다.

4-4 동점으로 팽팽하게 맞선 7회말 두산공격. 삼성은 무사만루에서 삼성 우익수 최형우의 불안한 포구 등으로 2점을 내주며 4-6 리드를 빼앗겼다.

계속된 2사 2사 1·2루서 고영민의 빗맞은 유격수 앞 땅볼. 박진만은 백핸드캐치로 걷어내려다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으로 타자를 살려줬다. 첫 번째 실책.

그런데 박진만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만 쳐다본 채 공을 주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때 두산 2루주자 김현수는 3루를 돌아 홈을 파고들었다.

두 번째 실책. ‘원 플레이’에 ‘투 에러’.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6. 사상 첫 무박2일 ‘끝장 승부’ 진풍경

올해 사상 처음 무제한 연장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자정을 넘겨 경기가 진행되는 ‘무박2일’ 경기도 2차례나 나왔다.

6월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히어로즈전. 6시32분 시작된 경기는 연장 14회 혈전을 치르며 자정을 넘겨 13일 0시49분에 마감됐다. 6회말 폭우로 중단된 시간을 빼고도 공식 경기시간은 5시간 22분.

어쨌거나 경기가 종료되는 시점만 놓고 보면 역대 신기록이었다. KIA는 야식도 준비하지 못해 선수들이 음료수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히어로즈측은 끝까지 남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캔맥주를 돌리는 이색 팬서비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어 9월 3일 잠실에서는 두산과 한화가 다시 한번 ‘무박2일’ 경기를 펼쳤다. 연장 18회, 경기시간 5시간 51분은 역대 신기록이었다.

7. ‘판정항의’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김성근

지난해부터 으르렁거리던 두산과 SK의 앙금은 4월 19일 잠실구장에서 폭발했다.

5-0으로 앞선 두산의 7회말 공격. 1사 1루서 오재원의 2루땅볼 때 1루주자 김재호가 발을 높게 치켜들며 슬라이딩하면서 SK 유격수 나주환이 왼쪽 무릎 유니폼이 찢어지며 부상을 당했다.

격분한 SK 김성근 감독은 2루까지 바람처럼 달려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슬라이딩 자세까지 취하며 항의했다.

이후 김 감독은 두산 김광수 3루 주루코치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고, 두산 김경문 감독도 주심에게 달려나와 항의했다.

경기가 속개된 뒤 SK 투수 김준은 프로데뷔전 초구를 유재웅에게 맞혀 퇴장당하는 진기록을 수립.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라며 흥분을 삭이지 못했다.

8. 김재박 감독, 타팀 문제 제기 잇단 설화

4월 19일 잠실 SK-두산전의 싸움을 본 뒤 LG 김재박 감독은 “원래 SK의 2루수비에 문제가 있다. 비신사적이다, 동업자 정신이 결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K는 구단차원에서 즉각 “공개사과 하라”며 대응했다.

두산과 SK의 감정싸움에 김재박 감독이 끼어든 모양새가 됐지만 현장의 싸움에 구단 프런트까지 끼어들어 사과를 받아내는 것도 팬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결국 김재박 감독이 SK 프런트에게 전화로 사과를 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이 외에도 두산 이재우의 선글라스 색깔을 문제 삼기도 했고, 시즌 후에는 여담으로 “선수끼리 사인교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홍역을 치르는 등 올해 유난히 설화 사건을 많이 겪었다.

9. 조계현코치 룰 착각 투수교체 저지사건

10월 17일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조계현 투수코치는 7회말 1사 후 두산 채상병 타석 때 강광회 주심에게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런데 초구를 던지기 전에 또 타임을 걸고 마운드로 향하려 했다. 이때 강 주심이 조 코치를 제지하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야구규칙에 따라 감독이나 코치는 동일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 같은 투수에게 2차례 나갈 수 없기 때문.

그런데 심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독(혹은 코치)가 두 번째로 마운드에 갔다면 그 감독은 퇴장당하게 된다.

당시 선동열 감독은 덕아웃에서 조 코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조 코치는 다음날 “포스트시즌이라 긴장하다보니 큰 실수를 했다. 만약 감독님이 퇴장 당했으면 난 영원히 아웃됐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10. 꾀병…출국…속 썩인 외국인 투수들

삼성 외국인투수 존 에니스는 플레이오프 6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됐지만 “팔꿈치가 아프다”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당시 삼성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하나 같이 “멀쩡하게 생활하다 아프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며 에니스가 꾀병을 부린 것으로 해석했다.

당시 삼성 프런트는 “정말 아파서 갔다”고 했지만 병원진단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두산도 게리 레스 때문에 골치를 썩였다.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다”고 말해 4월말 미국으로 출산휴가를 보냈는데 레스가 “갓 태어난 쌍둥이 딸과 아내가 위독해 야구를 포기하겠다”고 전해왔기 때문.

두산은 결국 레스를 임의탈퇴로 처리하고 새로운 외국인투수를 데려왔지만 실패작으로 끝났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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