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맞벌이 주부로 살면서 틈틈이 모아둔 쿠킹 노트를 엮은 요리책 ‘일하면서 밥해먹기’를 출간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김혜경(51)씨가 다섯 번째 요리책 ‘김혜경의 특별한 한상 차림’을 최근 냈다.
요리하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줄이고, 요리 하나하나에 에피소드를 담은 혁신적인 스타일로 요리책의 새로운 지평을 연 김혜경 씨.
현재 요리정보사이트 82cook(www.82cook.com)의 대표인 김 씨의 맛깔스런 글 솜씨는 이번 책에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읽는 재미는 실제 만들어보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이끌어준다. 이런 재미는 비단 필력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가 담고자 한 생각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생일이나 기념일, 또는 누구를 대접하는 날이면 외식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잖아요. 그런데 계속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불량 먹거리 문제를 보면 외식하는 게 불안해요. 사실 집에서는 좋은 재료를 사다 깨끗하게 해 먹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집안 식탁으로 불러들이고 싶었어요.”
외식도, 손님 초대도 집에서 하자는 그는 다섯 가지 내외로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고, 쉬우면서 번듯한 음식을 하면 누구든지 손님을 초대할 수 있다며 상차림을 제안한다.
“손님을 초대하거나 생일상을 차릴 때 겁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평소 안 만들어 본 특별한 음식을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해요. 그런데 사실 쉬운 음식으로 몇 가지만 만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가짓수가 적어 다소 소박해보일지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쉬운 음식으로 차린 소박한 상차림으로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답니다.”
그는 쉽게 상을 차릴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먼저 메인 음식을 정하고, 혹시 메인을 안 먹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메인과는 다른 재료로 사이드 음식을 차리는 것.
고기, 생선, 채소의 균형을 잡고, 맛의 융화도 함께 고려한다.
“예를 들어 메인으로 갈비찜을 정했으면 고기를 안 먹는 사람들을 위해 생선을 골라 약간 튀겨 매운 소스를 바른 도미 양념 조림으로 사이드를 준비해요. 메인이 튀김이면 사이드는 무침으로 하고요. 맵고, 달고 한 것도 균형을 맞춰요. 갈비찜이 짭조름하면, 생선은 맵게, 채소 요리는 담백한 맛으로 내놓는 거죠. 음식별로 만드는 시간도 고려하는 게 좋아요. 오래 걸리는 음식과 금방 만드는 음식 몇 가지로 짜면 동시에 진행해 시간을 줄일 수 있죠.”
이 책을 통해 소개하는 한,중,일,퓨전식 등 33가지 상차림에서 특히 추천하고 싶은 상차림은 뭘까.
가족이 함께 먹기 좋은 걸로 바비큐립(메인), 감자샐러드(사이드), 도로리묵국수(플러스) 세트를 권한다.
바비큐립은 정육점에서 사 돼지를 푹 찌기만 하면 되는 간편함이 이유. 여기에 소스만 두, 세번 바르면 온 가족이 함께 먹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중국식으로는 동파육(메인), 해파리전복냉채, 청양고추전(이상 사이드), 자장면(플러스) 세트가 어른을 대접할 때 적격이다.
“동파육은 냄비에 넣어 찐 후 해파리전복냉채로 싸 먹으면 좋아요. 특히 전복을 상에 올리면 어른들은 대접을 잘 받았구나 라고 생각하시거든요. 나가서 먹으면 4인 기준으로 10만원이 넘게 들지만 집에서는 절반 가격으로 먹을 수 있어요.”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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