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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웠던 ‘창’뒤에 넘쳐 흘렀던 情

입력 | 2008-12-28 20:06:00


2008년 창, 우산소년… 12살 가장… 무기수의 신장이식…

크고 작은 사건 속에는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숨겨져 있다. 동아일보 사회면의 '창(窓)'은 그러한 사연을 들여다보고 그 애환의 주인공들이 세상과 건강하게 소통하도록 해주는 코너. 2008년 '창'에 비친 우리의 사회상과 다양한 세태를 되돌아본다.

올해 첫 '창'은 실종된 안양 초등생 부모들의 애타는 심정을 전하는 안타까운 소식(1월 15일자)으로 시작했다.

당시 실종 3주째였던 혜진이의 어머니 이달순 씨는 성탄절을 앞두고 산 케이크를 뜯지 않고 기다리며 딸이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헤진이와 예슬이는 3월 끝내 주검으로 발견돼 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석 달 넘게 이어지면서 각종 괴담이 판을 치는 당시 현실을 보여주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창'에 투영됐다.

'전경들이 시위대 진압을 거부한다'는 허위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구속된 대학 강사 강모 씨(7월 5일자).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극적인 느낌을 주려고 작문을 했을 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중국동포 등 외국인 노동자들의 조각난 '코리안 드림'에 얽힌 사연도 많았다.

피살된 형을 찾아 입국한 중국 동포 형제가 장례비와 치료비 1000만 원을 갚지 못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사연(9월 12일자)이 눈길을 끌었다.

불황으로 인건비를 아끼려고 직접 배달 나간 택배업체 사장이 교통사고로 숨져 외동딸과의 크리스마스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가슴 아픈 사연(12월 25일자)도 있었다.

'버려진 아이들'도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다. '12살 애어른' 명제(가명)가 정신지체인 형과 동생을 돌보는 사연(9월 12일자)과 할머니와 함께 사는 '우산 소년' 재혁의 이야기(12월 22일자)는 특히 반향이 컸다.

'창'은 우리 사회의 온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창에 나온 소년의 사연에 눈물이 난다", "딱한 사정의 중국동포를 돕고 싶다"는 독자들의 온정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제 군에게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후원금을 전해왔고, 중국동포 형제와 '우산 소년'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창'의 주인공들은 불행을 이기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사채 빚더미에 올랐던 심모(20) 양(11월 10일자). 그는 "잠시 험한 인생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새해에는 재수학원에 등록해 예술대에 도전하고 멋진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밝게 말했다.

무기수 아버지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은 박모(28) 씨(11월 27일자)는 "아버지가 주신 생명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아버지가 사회에 진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동아일보의 '창'은 세상과 소통하는 따뜻한 통로다. 임신혁 어린이재단 마케팅본부장은 "'창' 코너는 창밖을 내다보듯이 세상 밖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이웃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신광영기자 neo@donga.com

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