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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知논술]LEET/법학적성시험 언어이해

입력 | 2008-12-29 02:58:00


《영양괘각(羚羊掛角)이라는 말이 있다. 영양은 앞으로 꼬부라져 있는 뿔을 나뭇가지에 걸고 허공에 매달려 잠을 잔다. 이 때문에 영양의 발자국만 추적한 사냥꾼은 영양이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영양괘각은 예술이나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영양이 ‘뜻’이고 발자국이 ‘말’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말의 뜻을 찾아야 할까?

법학적성시험(LEET) 언어이해는 ‘영양을 사냥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응시자들은 독해, 문제 접근, 배경 지식에 초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독해를 정확하게 하려면 꼼꼼하게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지러운 수사에 휘둘리지 않게 눈을 크게 뜨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문제의 내용은 어휘, 문장, 글, 의사소통으로 점차 범위를 확대하면서 파악하는 것이 좋다.

어휘는 사전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도록 한다. 특정 어휘가 문장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비슷한 의미를 갖지만 선택되지 않은 다른 어휘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보통 색의 한 종류로, 평소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신호등이라는 ‘체계’ 속에선 초록색, 노란색과의 ‘차이’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문장은 사고의 단위이다. 이 사고는 정지된 것이 아니라 흐름이다. 문장은 글 전체 내용의 의미가 연결되도록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각 문장은 한 문장씩 떼어 놓고 보면 별다른 뜻이 없지만 앞뒤의 문장 사이에서, 때로는 문단 안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사고는 ‘변화하는 과정’이다. 문장들이 모인 문단의 의미는 의사소통 과정에서 결정된다. 다음과 같은 의사소통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음 글을 단어에 초점을 맞춰 읽어보자.

「철학은 모든 학문 중에서도 최고의 지위를 지닌 학문이라고 자처해 왔다. 이러한 자신감의 근저에는 철학적 앎이 최고의 확실성을 지니는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 있다. 그러나 철학의 자기도취는 종종 철학 내부에서도 도전에 직면한다. 특히 회의주의가 그 도전의 중심에 있다. 궁극적 진리의 인식이 소명인 철학에서 의심을 생명으로 하는 회의주의가 수행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철학사 초기에 나타난 고르기아스의 세 명제는 회의주의의 고전적 전형이다.(중략)」

세 번째 문장의 ‘그러나’ 앞 내용은 ‘철학―확실성 확신’, 뒤의 내용은 ‘철학의 자기도취→도전(=회의주의)’이다. 글쓴이는 문장수준에서 자신이 선택한 단어들을 통해 회의주의가 철학에 대해 도전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내용은 네 번째 문장에서 ‘궁극적 진리의 인식이 소명인 철학에서 의심을 생명으로 하는 회의주의가 수행하는 역할은 무엇일까?’로 연결되며, 독자는 그 다음 문단에 등장하는 ‘회의주의가 수행하는 역할’에 주목하게 된다. 글의 내용이 단어에서 문장으로, 문장에서 문단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위의 내용은 철학에서 회의주의가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물음이다. 하지만 답은 지문 내부에 있다. 앞서 정리한 대로 회의주의는 철학의 확실성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지닌다. 글쓴이는 두 번째 문단에서 고르기아스의 회의주의를 제시해 철학에 대한 도전의 양상을 풀어낼 것이다.

‘철학사 초기’라는 말은 철학사에서 또 다른 회의주의의 도전이 뒤 이어 제시될 것임을 의미한다. 글쓴이는 철학에 대한 ‘도전’이란 단어를 선택했는데 여기서 도전은 그에 대한 응전 혹은 대응을 대립 항으로 한다. 따라서 고르기아스의 회의주의가 철학의 확실성에 도전하고, 철학이 이에 대해 대응하는 양상이 본문으로 제시될 것이다.

섬세한 독해를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지문은 일반적으로 주제문과 주제문을 뒷받침하는 문장들로 구성돼 있다. 둘째, 이 문장들은 의미상 반복적이다. 다만 보다 상위로 개념화하는가, 하위로 구체화하는가의 차이가 있다.

셋째, 언어이해 지문은 모든 문장이 하나의 주제를 향해 있다. 넷째, 글의 종류에 따라 지문의 흐름이 다르다. 다섯째, 어떤 글이든 독자는 내용이나 논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LEET 언어이해의 문제에 대한 접근법은 독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독해가 서툰 경우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유형은 분석형, 추론형, 비판형, 창의형의 네 가지이다.

1회 LEET에서는 이 네 가지 영역이 고루 출제됐지만 일치, 중심어의 의미, 핵심 주장, 내용에 대한 설명 등과 같은 직접적인 분석형 문제가 많았다.

분석형 문제는 의사소통 모델에서 내용(상황)과 관련된다. 추론형 문제는 내용(상황)을 토대로 한 제시되지 않은 내용과 논리적 전개를 묻는 문제다. 화자의 입장 및 태도, 견해와 관련된다.

비판 또는 창의형 문제는 청자와 관련된다. 의사소통 상황에서 내용(상황)이나 화자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토대로 이들의 논리적 관계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일정하게 ‘조건―질문’의 구조를 지닌다.

간단한 질문은 일반적으로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은?’과 같은 식이다. 조건은 ‘위 글 안에서만 확인할 때’가 된다. 이에 대한 답을 글 밖에서 찾거나 자신의 배경 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

‘의 필자가 위 글을 비판한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과 같은 문제는 두 가지 조건이 제시됐을 때 나올 수 있다. ‘의 필자’의 관점으로 ‘위 글’을 비판해야 하며 선택지 중에서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야 정답을 맞힐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은 단계적 사고 과정을 요구한다. 먼저 지문 독해에 따른 ‘위 글’의 핵심 논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는 글에 대한 주장과 근거 파악이 우선이다. 다음으로 그에 맞서는 필자의 관점을 확인해야 한다. 이때도 주장과 근거를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판의 적절성을 점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구성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나의 지문에 ‘분석형+추론형+비판 또는 창의형’ 문제가 제시된다. 이는 독해 과정에서 지문의 내용(상황)을 이해하고, 내용(상황)을 통해 제시되지 않은 내용이나 필자의 견해 등을 추론하며 독자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독해에서 이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한다면 문제풀이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복합적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과 같은 문제는 실제로 무엇에 대해 묻는지 나와 있지 않다. 또 ‘글쓴이가 파악하고 있는 당시 시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과 같은 질문은 겉보기엔 추론형 같지만 분석적 접근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위 글을 읽고 를 바탕으로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과 같은 질문처럼 분석형과 추론형이 복합적으로 제시된 질문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얼마든지 문제 유형을 두 가지 이상 결합해 출제할 수도 있으므로 유형별로 다양한 문제를 연습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LEET 언어이해에는 풍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1회 LEET 언어이해 시험에 출제된 내용을 분야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LEET엔 배경지식이 문제를 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문은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각 분야에서 고루 지문이 출제된다는 점에서 배경지식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응시생이 내용을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야별로 주요 쟁점이나 시대적 전개 상황 등은 익혀 두는 것이 좋다. 간략하게 철학사와 철학의 주요 쟁점,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 등은 최대한 정리해 놓고 학습해 둘 필요가 있다. 각 대학의 추천도서를 정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 문제, 공직적격성평가(PSAT) 언어논리, 의·치의학 교육입문검사(MEET·DEET) 언어추론을 공부하는 것도 문제풀이 연습과 배경지식을 쌓는 데 효과적이다.

이산영 PLS 언어이해 논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