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5년 만에 美명문 경영대 와튼스쿨 입학한 이경욱 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는 국내에선 하버드대나 예일대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미국 아이비리그에 포함되는 우수한 대학이다. 특히 ‘와튼스쿨’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이 대학의 경영대는 우수한 교수진과 실용성에 기반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미국 고교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이경욱(17·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페어먼트고 3학년·사진) 군은 고교 졸업을 반 년 넘게 앞둔 이달 13일 이 와튼스쿨 수시모집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조기유학을 떠난 지 5년 만에 이룩해 낸 쾌거였다.》
과목마다 교과서 두번씩 정독 - 노트 완벽정리… 내신 4.0만점 - SAT 2400점 만점에 2360점
●영어 실력은 짧아도 포기는 없다
나름대로 대비를 한다고 했지만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유학 초기 힘들었던 일은 한둘이 아니었다. “유학 초기의 일인데 학교에 지각을 했더니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면서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무슨 얘긴지 이해가 안돼서 멍하니 서 있었더니 다른 친구가 저를 교무실로 데려갔죠. 나중에 알고 보니 교무실에 가서 지각사유서(late slip)를 작성해 오라는 얘기였는데 저는 지각했으니 나가라는 얘긴 줄만 알았던 거죠.”
학교 수업에서도 영어 실력은 번번이 이 군의 발목을 잡았다. 수업을 따라가려면 적어도 교과서만큼은 확실히 이해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 군은 어떤 과목 교과서든 최소 두 번씩 정독하기 시작했다. 정독하면서 교과서의 주요 개념을 익히고 그 내용을 노트에 정리했다. 처음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지만 교과서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자 나중에는 정리노트만 읽어도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교 선생님과의 교류도 적극 활용했다. 혼자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수시로 선생님을 찾아 질문하고 테스트를 자청해 자신의 실력을 계속 점검했다. 영어가 짧다고 움츠러들기 시작하면 영영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용기였다. 이런 피나는 노력 끝에 받은 이 군의 고교 내신 평균학점(GPA)은 4.0만점에 4.0.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도 2400점 만점에 2360점(독해 760점, 수리 800점, 작문 800점)을 받을 수 있었다.
●다양한 봉사·과외 활동으로 리더십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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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학년을 마친 뒤 여름방학에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쉼터 ‘나눔의 집’에서 청소와 방문객을 위한 통역 서비스, 할머니들의 말벗 등 봉사 활동을 했다. 이 군은 “할머니들이 일제강점기에 겪은 고생담을 들으면서 내 힘으로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군은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모아서 ‘못다 핀 꽃’이라는 주제로 개인 사진전도 열었다. 미국에 있는 이 군의 학교는 물론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강남 구민회관 등에서 열린 사진전에서 성금을 모아 나눔의 집에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 여름방학부터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상영하면서 모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군은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 로스앤젤레스 본부의 도움을 받아 다른 학교들에서도 상영회를 열고 모금운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지금까지 300달러 정도를 모았는데 학기를 마칠 때까지 5000달러를 모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can do spirit’으로 아이비리그 도전하세요
예민한 사춘기에 낯선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한 때는 유학을 접고 국내 외국어고에 진학할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이 군이 흔들릴 때마다 힘이 돼 준 것은 역시 가족이었다. 이 군의 어머니 이수옥(48·제주 서귀포시) 씨는 장문의 e메일로 아들을 격려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께서 e메일에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문구를 적어 보내주시곤 하셔서 그것을 읽으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8월 대학 입학을 앞둔 이 군은 요즘 입학 후의 계획을 짜느라 바쁘다. “제 좌우명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또 최선을 다해 놀자’거든요. 공부도 물론 열심히 해야겠지만 입학 뒤에도 엠네스티 활동이나 학생회 일도 하고 싶고, 재즈음악 동아리에도 들고 싶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계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이 군은 은퇴 뒤에는 경영학 지식을 살려 아프리카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의 어린이를 돕는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이비리그를 꿈꾸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아이비리그의 입학사정관들이 성적만큼이나 중시하는 다양한 과외·봉사활동을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무슨 일이든 적극적인 태도로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가짐(can do spirit)만 있으면 어떤 학교든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