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발표
2008년도 이제 마지막 주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해 촉발된 세계경기 침체는 제2차 세계대전 또는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는 아직까지 ‘진행형’인 변수이기 때문에 2009년에도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에 맞서는 각국의 대응도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이고 주요 국가의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도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에 대한 우려 못지않게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은 올해 선진증시와 신흥증시 모두 40%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일차적으로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손실이 불거진 금융회사의 주가가 급락했고, 부실 금융회사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세계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미국 자동차 빅3가 생존 가능성에 의심을 받는 상태까지 몰리게 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9년 상반기도 경제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전망을 보이고 있어 투자자로서는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2009년 주식시장은 2008년보다는 투자해볼 만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이미 고점에서 반 토막이 난 세계 주가는 향후 경기침체의 폭과 깊이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다. 그만큼 주가가 싸졌다. 물론 이번 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 1분기 경기와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태이기 때문에 주가가 싸다고 덜컥 달려들기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적과 경기가 두려운 것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때다. 지금처럼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는 두려움보다는 과감한 역발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세계 1위의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가 7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다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넘버원’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하위 업체들은 생존을 걸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몰린다는 뜻이고, 이는 곧 전방위적이고 강력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올해 주식시장의 폐장일은 30일이다. 이제 주식시장의 영업일수로는 이틀만 남았고 월요일은 배당락(배당 기준일이 지나 배당 받을 권리가 없어진 상태)이 발생하는 날이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배당이 지급된 만큼 주가는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데 과거 국내 증시의 행태를 볼 때 코스피가 배당수익률보다 더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따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 관심을 가져야 할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30일에 발표되는 한국의 산업생산이다. 이는 경기를 가장 잘 추적하는 지표인데 내년 상반기 경기가 가장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경기 악화의 속도와 폭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