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6곳, 장학금-연구에 쓸 돈 ‘업무추진비’ 전용
대학의 중장기적인 교육 및 연구활동과 장학금 지급에만 사용하도록 용도가 제한돼 있는 대학발전기금이 엉뚱하게도 총장의 업무추진비나 직원들의 해외연수 또는 복리후생 등에 쓰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양건)는 서울대와 부산대 전남대 경북대 강원대 제주대 등 국립대학 6곳을 대상으로 대학발전기금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당 사례가 발견돼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A대 이사장인 총장은 지난해 1월부터 발전기금에서 매달 500만 원씩의 업무추진비를 받았다. B대는 2006∼2007년 홍보활동비를 명분으로 총장에게 3600만 원, 이사진 7명에게 2100만 원을 발전기금에서 지급했다.
C대는 2004년 한 해에만 4400만 원을 교직원들의 해외여행에 썼고, D대는 2007년 직원용 콘도회원권을 대학발전기금에서 가져다 썼다.
이와 함께 조사대상인 6개 대학 가운데 5개 대학의 발전기금재단이 전문 자문기관을 두지 않고 대학사무국과 이사회의 결정만으로 금융상품 투자를 결정해 발전기금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모 대학은 2월 시설건립자금으로 편성된 80억 원 가운데 40억 원을 주가연계증권(ELS) 등 간접금융상품에 투자했다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대학 재단이사회에 외부이사 선임을 의무화하고, 총장이나 보직교수 등의 활동비 등으로 대학발전기금이 운용되는 것을 금지할 것 등을 교육과학기술부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교과부가 제도 개선안을 수용해 발전기금을 더 투명하게 관리할 경우 장학금 지원을 늘리고 대학시설을 확충할 수 있어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52개 국·공립대 발전기금은 2005년 4564억 원, 2006년 4822억 원, 2007년 5323억 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