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은 올해 국민들은 두 10대 스포츠 스타를 보며 위안을 찾았다. 당당하고 거침없이 세계를 호령하는 모습에 열광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에서 타고난 천재성과 남다른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을 통해서 희망을 보았다.
본보가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국민 오누이’로 불리는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과 ‘피겨 퀸’ 김연아(18·군포 수리고)를 더블 캐스팅하는 데 이견은 없었다.
외신들은 박태환의 금메달 소식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승리”라고 전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김연아는 13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라이벌인 일본의 아사다 마오에게 져 아깝게 2위에 머물러 대회 3연패가 좌절됐다. 하지만 김연아는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동메달을 따냈고 그랑프리 시리즈 5개 대회 연속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해도 주눅 들지 않고 벌떡 일어나 활짝 웃으며 연기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갈채를 보냈다. ‘피겨 요정’에서 ‘피겨 여왕’으로 성장한 김연아는 일약 CF 퀸으로 떠올랐고 ‘김연아 화장법’ ‘김연아 빵’ 등이 등장하는 등 김연아 신드롬을 일으켰다.
‘국민 오누이’가 기축년(己丑年) 새해에 보내줄 희망의 메시지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