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한국 증시가 남긴 것
러 70.85%-中64.58% 비교하면 그나마 양호
장중 157.98P 출렁 - 사이드카 26번 신기록도
2008년은 한국 증시가 무수한 불명예 기록을 양산한 한 해였다. 그리고 이런 기록들은 지난해의 상승장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많은 투자자들에게 공포와 실망을 안겨줬다.
그러나 세계의 주요 증시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나름대로 선방한 편에 속한다. 한국 주식시장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세계 곳곳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뜻도 된다.
●다른 나라 증시에 비해선 선방
29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43개 국가 45개 지수를 대상으로 작년 말 대비 이달 24일까지의 지수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코스피지수는 -40.51%로 하락률이 10번째로 낮았다. 코스닥 지수는 52.61% 하락해 31위.
물론 이는 지수 등락폭만을 놓고 본 것으로 올해 원화가치가 대폭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달러화로 환산한 한국 주식의 가격은 이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
각국 증시의 하락률을 보면 러시아가 70.85% 떨어져 가장 성적이 나빴고 이어 그리스(-66.73%), 아일랜드(-66.30%), 중국(-64.58%)의 지수 하락률이 컸다.
선진국 증시도 대폭 조정을 받아 미국의 다우지수가 36.16% 하락했고 영국 -34.90%, 독일 -42.62%, 프랑스 -44.49%, 일본 -44.36% 등이 많이 떨어졌다.
●공포와 격변의 한 해
올해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2,064.85)를 기록했던 2007년 10월 말 이후 1년 만에 지수가 거의 반토막이 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멀미가 날 정도로 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국내외 악재가 겹친 10월 29일 코스피는 장중 무려 157.98포인트의 변동폭(최고-최저)을 보이는 신기록을 세웠다. 증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가 급등락 시 발동되는 '사이드카'가 올해 코스피 시장에선 26번, 코스닥 시장에선 19번이나 발동됐다.
신용경색에 현금이 다급해진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끊임없이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올 6월 9일부터 7월 23일까지 33거래일 연속으로 매도 우위를 보여 역대 최장기간 순매도(매도액이 매수액보다 큰 것) 기록을 세웠다.
올 초부터 이달 26일까지 외국인의 순매도액은 34조 원에 이른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계속되는 와중에 주식을 사려는 세력이 없어 증시에선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한편 이달 26일까지 코스피 시장의 업종별 지수 하락률을 보면 건설업이 -59.24%로 가장 컸고, 증권(-53.43%) 기계(-52.44%) 운수장비(-52.43%)도 많이 내렸다. 반면 통신업(-13.36%), 전기가스(-22.64%)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