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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신차 - 수입차, 불황 벽 앞에서 급브레이크

입력 | 2008-12-30 03:02:00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 자동차 회사 중에서 처음으로 1일 공장 가동을 중단한 GM대우자동차 부평2공장 모습. 이후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감산 대열에 합류해 29일 현재 GM대우,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모든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8 국내 자동차 시장 결산

■ 국산차

국내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지금은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희망적인 뉴스도 있었다. 국산차 업계와 수입차 업계의 ‘올해 5대 뉴스’를 각각 선정해 2008년 국내 자동차 시장을 정리해 본다.

○ 한국차, 성능 디자인 품질에서 세계시장 호평

현대자동차 ‘베르나’가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JD파워’의 ‘2008 내구품질조사’에서 소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아반떼’와 ‘싼타페’는 컨슈머리포트가 주관한 ‘올해 최고의 차’에 선정됐다. 올해 미국 시장에 출시된 현대차의 대형 세단 ‘제네시스’에 대해서는 현지 언론의 호평이 잇따랐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제네시스는 대부분의 사람이 원했던 것보다 더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했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에 버금가는 럭셔리 자동차”라고 소개했다.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는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 기관 ‘스트래티직 비전’의 ‘2008 종합가치지수’ 평가에서 대형차 부문 최고가치상을 수상했다.

○ 기아차, 국내 시장에서 질주

기아차는 전반적으로 위축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나 홀로 질주’를 이어갔다. 기아차는 9월 국내 시장 점유율 31.0%를 기록해 2000년 8월 이후 8년 만에 30% 벽을 돌파하더니 11월에는 2만6145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을 35.0%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1993년 7월의 국내 시장 점유율 37.2% 이후 15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기아차가 올해 들어 내놓은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 등 신차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1월 1일부터 경차 범위가 배기량 기준 800cc에서 1000cc로 확대되면서 새롭게 경차에 편입된 ‘모닝’ 판매도 급증했다.

○ 신차 봇물

올해는 어느 해보다 많은 신차가 쏟아졌다. 기아차는 1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를 시작으로 포르테와 쏘울을 잇달아 내놓았다. 기아차는 신차 외에 ‘뉴 모닝’과 로체 이노베이션 등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선보이는 등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다. 현대차도 제네시스와 2인승 쿠페 ‘제네시스 쿠페’를 선보였다. GM대우는 대형 세단 ‘베리타스’와 ‘라세티 프리미어’를 출시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신차 공세’에 맞불을 놓았다. 신차는 예년보다 많이 출시됐지만 경기 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신차 효과’는 다른 어떤 때보다 짧았다.

○ 멈춰선 자동차 공장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일 GM대우의 부평2공장을 시작으로 하나둘 공장 가동 중단에 들어가 29일 현재 GM대우,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의 모든 공장이 멈춰 선 상태다. 현대차 울산2공장과 아산공장도 25일부터 조업을 중단했다.

○ 파업으로 생산 차질

자동차 회사 노조의 파업은 올해도 이어졌다. 올해 국내 완성차업체는 임단협 과정에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1조10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 출범 2년째인 금속노조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 완성차업체의 무조건적인 산별교섭 참여를 요구하는 한편 쇠고기 수입반대 파업 등의 정치공세로 임단협 시작 시기를 지연시켰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수입차

2008년 수입자동차 시장은 올해 출렁이는 경제 흐름을 타고 다이내믹한 이슈들을 쏟아냈다. 대체적으로 상반기(1∼6월)에는 시장 점유율 급상승에 따른 희소식이 많았던 반면 세계적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하반기(7∼12월)에는 환율과 유가 상승의 직격탄으로 우울한 뉴스가 대부분이었다. 수입차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올해 5대 수입차 이슈를 정리해 봤다.

○ 한순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판매 실적

올해 수입차의 국내 판매 실적 등락폭은 기록적이었다. 9월 국내 신규 등록차 전체 7만1341대 가운데 수입차는 7.82%인 5576대를 차지해 처음으로 월별 점유율 7%를 돌파했다. 곧 10%에 이를 것이라는 희망도 나왔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점유율 최고점을 찍은 지 두 달 만인 11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2948대로 2006년 2월 2690대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 일본 대중차의 한국 상륙 본격화

일본 대중차 미쓰비시가 국내 판매원 MMSK를 통해 9월 상륙한 뒤 닛산도 11월 처음 국내에 데뷔했다. 또 세계 1위의 일본차 도요타도 내년 하반기에 3개 차종을 들여온다고 3월 공식 발표했다. 한편 먼저 한국 시장을 뚫은 혼다는 올해 1∼9월 판매량 1만254대를 기록해 수입차 회사로선 최초로 ‘연간 1만 대 판매 시대’를 열었다.

○ 새롭게 주목받은 디젤차

수입차 고객들은 올해 디젤차의 ‘파워’를 실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들이 연이어 신형 디젤차들을 들여오고 친환경성을 내세워 디젤차 마케팅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유 값과 함께 실적도 들쑥날쑥했지만 신형 디젤차들은 일단 관심 끌기에는 성공했다. 크라이슬러는 주한 미국대사의 발표로 중형 세단 ‘세브링 터보 디젤’의 주목도를 높이면서 L당 15.2km를 달리는 연료소비효율을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S320CDI’, 푸조의 ‘308SW HDi’ 등도 고연비와 오염물질 최소화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 수입차 대중화로 직수입 등 유통구조 다변화

수입차 대중화로 SK네트웍스를 중심으로 한 직수입 회사들이 수입차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11월 자동차 직수입을 선언한 SK네트웍스는 기존 수입업체보다 10∼15% 저렴하게 판매가격을 책정해 판매를 늘렸고 기존에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모델들도 들여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 수입회사들을 벗어나 수입차의 유통구조가 다양해져 소비자에게 더욱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기존 수입업체들은 제품 신뢰도와 애프터서비스(AS)의 질을 문제시하며 견제하기도 했다. 게다가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현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 서울모터쇼 불참 선언

BMW 볼보 GM 포르셰 미쓰비시 등 여러 수입차 브랜드가 서울모터쇼에 불참하기로 했다. 판매 급감에 따른 수입차의 경영난으로 ‘국제 모터쇼’를 표방한 서울모터쇼의 위상에 흠집이 나게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공업협회와 수입자동차협회, 자동차공업협동조합 등 관계 기관들은 차질 없이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모터쇼 관계자는 “몇몇 업체가 빠지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규모의 90%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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