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45달러에 하루 20시간 청소-빨래… 난방 안되는 창고서 생활…
阿 어린 노예들 부자주인따라 전세계로 밀거래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2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의 한 호화주택. 누더기 옷을 걸친 열세 살 이집트 소녀 샤이마 홀양이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경찰 손에 구조됐다. 그녀는 다름 아닌 ‘아동 가사도우미’였다.
이집트 북부 빈민촌에서 태어난 샤이마 양은 병석에 누운 아버지 병원비와 가족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열 살에 카이로에서 이집트 부자 이브라힘 부부에게 고용됐다가 1년 뒤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휴일도 없이 한 달에 45달러(약 5만8500원)를 받으며 하루 20시간 이상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을 전담했다. 창문 전등 냉난방 시설도 없는 좁은 창고가 숙소였다.
부부의 자녀들은 키가 작아 설거지를 할 때마다 의자 위에 올라서서 해야 할 정도로 어린 그녀를 ‘멍청이’라 부르며 온갖 심부름을 시키고 구박했다. 주인 여자는 샤이마 양의 옷을 세탁기에 넣지도 못하게 하고 창고 안에서 따로 빨라고 할 정도였다. 월급은 모두 이집트 부모에게 송금되었다.
이브라힘 부부는 “도망치면 가족들이 화(禍)를 입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샤이마 양은 매일 밤 침대 시트를 눈물로 적시며 신세를 한탄했지만 어머니가 헤어질 때 당부한 “강해져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가족을 다시 만날 것이란 희망을 품고 견뎌냈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어린 소녀가 집 안에 갇혀 학대당하고 있다”는 주민들 신고로 미국 땅을 밟은 지 20여 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것. 샤이마 양은 “(학대받은 것을) 말하면 두 번 다시 가족을 못 만나게 하겠다”는 주인 부부의 협박이 무서워 입을 열지 않다가 9월 16일 캘리포니아 주 버몬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끔찍했던 생활을 공개했다.
28일 AP통신은 샤이마 양의 사연을 소개하며 어린이 가사도우미 밀거래의 심각성도 함께 고발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이주하는 부유층들이 자국 아동들을 데려가면서 저임금으로 노동착취를 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미국 미시간 주에선 카메룬 남성이 14세 소녀를 무임금 가사도우미로 착취하다 17년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14세 소녀에게 5년간 집안일을 시킨 나이지리아인 부부가 적발됐다.
아프리카 내 아동 착취도 심해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최근 아프리카 53개국 중 어린이를 집에서 노예처럼 부리는 국가가 33개국 이상에 이른다. AP에 따르면 2001년 모로코 수도 카사블랑카에서만 15세 이하 소녀 1만5000명이 가사도우미로 일한다.
구조 이후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 샤이마 양은 남자친구도 사귀고 학교에 다니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를 학대했던 이브라힘 부부는 아동학대 혐의로 남편은 3년, 아내는 2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 최근 이브라힘 씨 자택을 찾아간 AP 취재진에 따르면 해진 옷을 입은 9세가량의 어린 소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장바구니를 들고 주인 뒤를 따르고 있었다. 또 다른 ‘샤이마’가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