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페스티벌 2008 겨울 빛 축제’가 한창인 청계광장은 요즘 온통 순백색이다.
경제위기 등으로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된 이번 축제. 가족 연인 등 많은 시민이 몰려 화려한 조명을 감상하며 축제를 만끽하고 있다.
한 여대생은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에 많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청계광장은 청량음료 같은 곳”이라며 활짝 웃었다.
‘컬처노믹스’를 강조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문화 디지털 청계천 프로젝트’를 통해 청계광장을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나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청계천의 이런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순백색 조명 대신 촛불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공연마당에는 거대한 촛불 발언대가 있었다. 청계천 길은 촛불시위대가 점령했고 광장은 각종 유인물과 오물로 가득했다. 이처럼 올여름의 청계광장에선 문화의 향기가 실종되고 정치적 구호만이 난무했다.
석 달 넘게 지속된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로 몸살을 앓던 청계광장은 8월 베이징 올림픽을 거치며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촛불이 꺼진 청계광장은 하루 평균 1만여 명의 시민이 응원을 하는 축제의 장이 됐다.
29일 밤 열 살짜리 아들 손을 잡고 청계광장 축제에 온 회사원 박모(43) 씨. 박 씨는 “6월 말 아이와 함께 청계광장을 지나다 우연히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를 봤다”며 “한 중학생이 자유발언대에서 ‘쇠고기 문제로 부모에게 대들었다’고 자랑처럼 얘기하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가 들을까 많이 놀랐다”고 그때를 돌아봤다. 그는 “이후엔 괜히 청계천 쪽으로 지나가기도 싫었는데 이제야 청계광장이 시민들에게 돌아온 것 같아 반갑다”고 전했다.
촛불집회 당시 “꽃마차는 달리고 싶다”고 하소연하던 ‘청계천 꽃마차’ 마부도 최근 만난 자리에서 “불과 몇 개월 전인데도 지금 광장 모습을 보면 당시가 상상이 안 된다. 쇠고기 시위 생각하면 아직도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최근 꺼진 ‘촛불’을 다시 밝히려는 움직임이 있어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31일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전후해 종로 일대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는 얘기도 있다.
청계광장이 또다시 시민의 손에서 벗어나 일부 시위대의 정치 공간으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진우 사회부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