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체중이라도 음식 줄이면 안돼”
“색소는 식품 가공 과정에서 사라진 색을 되찾게 해서 음식을 더 밝게 보이게 해준다.”
영국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건강한 식습관 학습자료에 나와 있는 이 내용은 영국 청량음료협회가 주장한 것이다. 이 자료에는 낙농업협회의 자료를 활용해 유가공 식품을 하루에 세 차례 이상 먹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식품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을 담아 만든 학습자료를 영국 학교들이 식생활 교육자료로 사용하면서 어린이들이 잘못된 건강정보에 물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00여 공익단체 모임인 ‘어린이식품캠페인(CFC)’이 내놓은 보고서를 토대로 “식품회사들이 제품 판매에 유리한 내용을 담아 만든 식습관 학습자료를 학교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학교는 이 자료를 이용해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왜곡된 정보를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잘못된 정보 가운데 하나로 ‘과체중인 어린이들이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음식 섭취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식음료연합회의 주장을 그대로 실은 것을 꼽았다. 또 조사 대상 학습자료의 3분의 2 정도에 특정 제품의 로고나 홍보문구,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었다고 덧붙였다.
CFC는 “정부가 학습자료 내용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교실에서 정크푸드(건강에 나쁜 식품)를 홍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음료연합회는 “CFC가 고의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왜곡했다”며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려면 체중 조절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생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