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닝 전 주택관리국장이 고가의 명품 시계(사진 속 동그라미)를 차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장쑤신원망
아파트업자 편든 발언에 누리꾼 ‘인육수색’ 나서
초호화 시계 - 고가 담배 사진 고발… 결국 낙마
겉으로는 유능한 간부였으나 속으로는 부패를 일삼고 호화생활을 즐기던 중국의 한 관리가 서민들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했다가 정체가 드러나는 바람에 결국 낙마했다.
주인공은 중국 난징(南京) 시 장닝(江寧) 구 저우주겅(周久耕·48) 주택관리국장. 그는 3주 전인 10일 지방매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가보다 싸게 부동산을 분양하는 업체는 물가국과 합동으로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발언은 지방신문에만 간단히 보도됐다. 하지만 이를 본 누리꾼들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주택관리국장이냐? 서민이냐, 개발업자냐?”는 비난을 쏟아냈고 급기야 누리꾼 중 한 명이 그의 정체를 밝히는 ‘인육수색(人肉搜索·인터넷에서 신원을 밝혀내는 일)’에 들어간 것.
이 과정에서 한 누리꾼이 올린 사진 한 장(사진)이 결정타를 날렸다. 9월 그가 주택관리국 회의에 참석했을 때 왼손에 스위스 명품 시계 ‘바셰론 콘스탄틴’을 차고 한 갑에 150위안(약 2만8000원)씩 하는 ‘난징95 지존(至尊)’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간 것. 바셰론 콘스탄틴은 중국에서 보통 10만 위안(약 1880만 원)에 팔리는 최고급 명품 수입시계다.
사진 한 장으로 호화생활의 단면이 드러났다고 판단한 누리꾼들은 그가 부패관리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의 생활을 밀착 추적했다. 결국 그가 한 대에 6000만 원이 넘는 캐딜락을 타고 다니고 매일 두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골초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한 달 월급이 4000위안(약 75만2000원)에 못 미치는 구청 국장이 어떻게 한 달에 월급의 2배를 담배로 태워 없애고 값비싼 외제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느냐”는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그의 친척인 저우주중(周久忠) 씨가 부동산 개발상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부동산을 원가보다 싸게 분양하는 업체를 잡겠다”는 발언이 친인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혹까지 일게 됐다.
저우 국장은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상사로부터 나름대로 업무 능력이 뛰어난 간부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난징 시 장닝 구 위원회는 19일 결국 그에 대한 공개조사를 천명했고 조사 9일 만인 28일 그는 결국 면직됐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