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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황규인]신입생 유치 위해 취업률 부풀리는 대학

입력 | 2008-12-31 02:59:00


올 2월 지방의 H대를 졸업한 문모(26) 씨는 지난해 마지막 기말고사를 앞두고 지도교수실에 불려갔다.

지도교수는 “어떻게든 취업증명서를 만들어 와라. 취업증명서가 없으면 졸업을 못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문 씨는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취업이 안 된 상태에서 취업증명서를 구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 찾기’였다.

결국 F학점을 받은 그는 지도교수를 찾아가 “학점 변경 기간 전까지는 꼭 취업증명서를 구해 올 테니 졸업할 수 있도록 시험 성적에 맞게 학점을 고쳐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학점 변경 기간이 지난 후에도 문 씨가 취업증명서를 구하지 못하자 학교는 문 씨가 재학 중 취득한 건축기사 자격증을 한 회사에 빌려주고 취업을 한 것처럼 처리했다.

덕분에 문 씨는 간신히 F학점에서 벗어나며 졸업할 수 있었다.

이달 초 문 씨가 졸업한 H대는 한 월간지에 ‘13년째 취업률 100% 대학’으로 소개됐다.

각 대학이 주요 지표를 공개한 ‘대학알리미’ 사이트에도 H대는 취업률 100%, 정규직 취업률 86.4%라고 공시했다.

H대 관계자는 “2008년 졸업생 중 38%가 대기업과 공기업에 취업했고, 중견 상장기업 취업률도 47%에 달한다”며 방문조사로 확인한 수치라 강조했다.

하지만 문 씨는 “졸업하고 함께 공무원시험 준비만 하는 친구가 여럿인데 어떻게 취업률 100%가 나옵니까”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K대를 졸업한 H(27) 씨도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광고회사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곧 그만뒀다”며 “학교에서 ‘관련 기관에서 취업 사실 확인 전화가 오면 그렇다고 말해 달라. 사례비를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취업률이 낮으면 신입생 유치에 불리하기 때문에 대학들로서는 편법인 줄 알면서도 무리수를 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올해부터 대학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이유는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이 교육 품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취업률 부풀리기 같은 허위 정보는 소비자에게서 선택의 권리를 빼앗는 범죄행위이다. 버젓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저지르는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라고 자부할 수 없다.

황규인 교육생활부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