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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 어디서 나셨나요”

입력 | 2008-12-31 02:59:00


은행, 자금세탁법 개정으로 고객 확인 대폭 강화

일부 고객들 “불쾌하다” 항의에 창구직원 ‘쩔쩔’

금융회사의 고객확인 의무를 강화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이용에 관한 법률(자금세탁방지법)’ 개정안이 22일 시행됐다.

비자금 조성과 테러 지원 등을 막기 위한 법이지만 이 제도를 모른 채 창구를 찾은 일부 고객은 ‘지나친 개인 정보 요구’라며 항의하기도 해 은행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이 바뀌기 전 은행 고객들은 계좌를 열 때 신분증만 보여주면 됐지만 강화된 법은 신분증뿐 아니라 직업 직위 등까지 추가로 확인하도록 했다. 특히 하루 2000만 원 이상 또는 1만 달러 이상을 송금할 때는 자금의 출처와 사용 목적까지 밝혀야 한다.

이 제도로 가장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각 시중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들.

주로 부자들로 거액 거래가 많은 PB 고객들에게 돈의 출처를 물으면 고객들이 불쾌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은행 PB는 “돈이 대충 어디서 나왔는지 알고 있을 때는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적당히 정보를 입력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이 적지 않자 은행들은 바뀐 제도를 널리 알리고 취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투체어스 강남센터 PB팀장은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매매 증명서, 납세 증명서 등을 요구해 자금출처를 확인하는 등 한국보다 복잡한 고객확인 절차를 거친다”며 “번거롭긴 하지만 필요한 제도인 만큼 앞으로 한국의 자금세탁방지법도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