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제멋대로!’
여자 프로배구 1위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이 30일 황현주(42·사진) 감독을 경질하고, 이승현(46) 세화여고 감독을 새 사령탑에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2008-2009 V리그 개막 한달 만에 선두 팀 감독이 ‘잘린’ 셈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새 감독 취임식도 이날 오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재빨리 처리했다는 것. 이에 앞서 단장도 교체했으니, 모든 게 전격적이고 속전속결이다.
구단은 “황 감독의 부상 선수 관리가 소흘했다”고 경질 사유를 밝혔다. 이에 황 감독은 “그토록 문제가 있었다면 1년 재계약(6월)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흥국생명의 ‘감독 교체’ 전횡은 벌써 세 번째다. 2005-2006 시즌 김철용 감독을 앉히고 황 감독을 경질한 뒤 2006 년 김 감독을 내치며 또 황 감독을 불러들였다. 2년 만에 또다시 찾아온 사령탑 교체. 황 감독은 여기에 모두 연관되는 아픔을 겪었다.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흥국생명은 ‘구단 이미지 제고’라는 이유를 들었다. 황 감독이 승부에만 집착해 부상 선수들을 마구 기용했다는 것. 구단 관계자는 “선수 기용에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구계 전반적인 시각은 부정적이다. 이미지 제고는 커녕, 외려 이미지 실추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선수기용에 구단 고위층의 입김이 깊숙하게 작용하는 대표 구단으로 꼽히는 흥국생명과의 ‘파워 게임’에서 황 감독이 밀려났다고 바라본다. 흥국생명은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도 김연경, 황연주 등 일부 선수의 대표팀 차출 거부를 주도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람을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시즌 중에 말도 안되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고, 또다른 배구인도 “단장 교체도 선수 기용을 둘러싼 감독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만한 이는 다 알고 있다. 모든 일을 ‘제멋대로’ 처리할 수 있는 흥국생명에 갈채를 보낸다”며 비꼬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