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8 시즌.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추신수의 포텐셜 폭발과 박찬호의 부활이 더해져 더욱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한 해 동안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메이저리그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 ‘영원한 마스터’ 그렉 매덕스의 은퇴
영원히 팬들과 함께 할 것 같았던 그렉 매덕스가 2008년을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1986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한 매덕스는 23년간 355승 227패 3.16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고, 5008.1이닝을 투구하며 3371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999개의 볼넷만을 내줘 ‘컨트롤의 마법사’로 불려져왔다.
마지막 시즌에서 8승 13패를 기록한 매덕스는 지난 1988년 풀타임 선발로 나선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리 승수 기록에 실패했지만, 통산 355승을 달성해 ‘일생의 라이벌’ 로저 클레멘스의 354승을 깨뜨리는데 성공했다.
1990년대를 주름잡던 슈퍼스타들이 하나 둘 은퇴를 밝히고 있는 시점에서 2~3년은 충분히 현역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매덕스의 은퇴는 메이저리그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에게 더욱 큰 상실감을 줬다.
2. ‘영원한 꼴지’는 없다.
지난 1998년 창단 후 아메리칸 동부지구의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탬파베이 레이스와 메이저리그 초창기의 명문구단 시카고 컵스가 ‘영원한 꼴지’는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AL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명장 조 매든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젊은 레이스는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ALCS에서는 타선의 패기를 앞세워 2007 시즌 월드 챔피언인 보스턴 레드삭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파란을 연출했다.
컵스 또한 루 피넬라 감독의 지휘아래 안정된 투타의 전력을 과시하며 시즌 내내 내셔널리그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비록 LA 다저스와의 NLDS에서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신구조화가 완벽한 선수층을 고려한다면 컵스의 돌풍은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 린스컴-리, 이제는 우리가 대세!
내셔널리그의 팀 린스컴과 아메리칸리그의 클리프 리가 개인 통산 첫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린스컴은 풀타임 첫 시즌인 올해 18승 5패 평균 자책 2.62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265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우수한 투수로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다소 무리가 있는 투구 폼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린스컴의 투구 동작을 본 팬들은 “저렇게 작은 체구에서 대포알 같은 직구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그의 다이나믹한 투구 폼을 본다면 누구라도 팬이 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8시즌 아메리칸리그의 마운드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7년차 투수 클리프 리를 위한 무대였다.
데뷔할 당시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리는 2005시즌 18승을 기록하며 만개하는 듯 했지만, 지난 시즌 6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해 클리블랜드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2008시즌 리는 아메리칸리그 마운드를 초토화 시키며 22승 3패 2.54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팬과 구단에 보답했다.
4. ‘그린 몬스터’를 떠난 매니 라미레즈
수년째 보스턴 레드삭스와 갈등을 빚어왔던 매니 라미레즈가 정든 펜웨이 파크를 떠났다.
라미레즈는 레드삭스 구단에서 팀의 프렌차이즈 플레이어로 키우기 위해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고 있는 케빈 유킬리스와 불화를 일으켰고, 구단 직원을 폭행하는 등 레드삭스와 심한 마찰을 빚어왔다. 결국 라미레즈는 지난 7월 3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간의 삼각 트레이드때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다저스로 이적한 라미레즈는 곧바로 제 실력을 발휘하며 7월 31일 이후 4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17개의 홈런으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에 비해 라미레즈를 내보낸 레드삭스는 템파베이와의 ALCS에서 매니의 빈 자리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5. 돌아온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부활했다.’
지난 2003시즌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이후 부상과 구위 하락 등의 이유로 ‘먹튀’ 소리를 들어왔던 박찬호가 2008시즌 '친정팀‘ LA 다저스로 복귀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54경기 등판해 거둔 성적은 4승 4패 2세이브 평균자책 3.40.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초 까지 95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낙차 큰 슬러브를 주 무기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하던 박찬호를 상상하는 팬들에겐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성적이지만, 전성기 때의 구위를 회복했다는 것과 새로운 무기로 장착된 투심 패스트볼은 박찬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2009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빨간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될 박찬호에게 ‘선발 10승’이라는 목표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6. 28년만의 월드챔피언
빨간 줄무늬의 전사들이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다.
필라델피아는 팀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오른 탬파베이 레이스의 기세를 재우고, 월드챔피언이 됐다. 투타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과시한 필라델피아는 5경기로 시리즈를 가져갔다.
NLCS에서 LA 다저스를 제압한 필리스는 열세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에이스 콜 해멀스의 역투와 2008시즌 ‘NL 홈런왕’ 라이언 하워드의 대포를 앞세워 레이스를 손쉽게 잡아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이적하게 될 팀이기도 한 필리스는 박찬호 뿐 아니라 100타점을 책임져줄 수 있는 라울 이바네즈를 영입했고, 매년 30경기 이상을 책임져주는 제이미 모이어와의 재계약을 마쳐 2009시즌에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를 호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7. 작은 꼬마의 MVP 수상
‘5피트 9인치’ 170cm를 간신히 넘는 신장의 더스틴 페드로이아가 데뷔 후 2008시즌 AL MVP를 수상했다.
2007시즌에는 AL 신인왕을 수상한 페드로이아는 2008시즌 .326의 타율과 17홈런, 120득점을 기록, 팀동료 케빈 유킬리스와 미네소타의 4번타자 저스틴 모노를 따돌리고 MVP를 수상했다.
2미터에 육박하는 장신들이 호령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170을 간신히 넘기는 페드로이아의 성공신화는 체구가 작은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8. C.C 사바시아 ‘올해의 잭팟’
지난 2001년 데뷔 첫 시즌에 17승을 기록하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혜성과도 같이 등장한 C.C 사바시아가 FA를 통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2008시즌 클리블랜드에서 18경기에 등판 6승 8패 평균자책 3.83을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바시아는 밀워키로 트레이드 된 이후 17경기에서 11승 2패 평균자책 1.65를 기록해 자신의 가치를 한껏 드높였다.
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사바시아는 지난 8년간 연 평균 14.6승을 기록한 꾸준함을 인정받아 양키스로부터 7년간 총 1억 6100만 달러라는 ‘역대 투수 최고액’을 보장받았다.
9. 양키 스타디움 ‘역사속으로 저물다’
월드챔피언 26회에 빛나는 뉴욕 양키스의 보금자리 ‘양키 스타디움’ 이 2008시즌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23년 양키 스타디움 개장 첫 시즌에 팀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양키스에게 양키 스타디움은 ‘양키스 그 자체’였다.
뉴욕 양키스는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조 디마지오, 미키 맨틀, 레지 잭슨 등 양키스의 화려한 과거를 장식했던 선수들부터 현재의 데릭 지터 까지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했던 양키 스타디움을 등지고 2009시즌부터 ‘뉴 양키 스타디움’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게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08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양키 스타디움에서 개최해 화려했던 85년의 세월을 더욱 빛내 주었다.
10. 존 레스터 ‘암을 이긴 투혼’
신인이던 2006시즌 말 단순한 허리 부상으로 알고 정밀검사를 받았던 존 레스터는 혈액암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레스터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는 4번의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은 레스터는 2007시즌 다시 펜웨이 파크의 마운드를 밟을 수 있었고,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는 3년만의 월드 챔피언을 확정짓는 승리를 따내며 부활을 선언했다.
암을 이겨낸 레스터의 투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발돋움한 레스터는 5월 19일(현지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홈경기에서 9이닝 27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는 동안 2개의 볼넷을 내줬을 뿐 단한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으면서 노히트 노런의 대 위업을 달성했다.
“난 지금부터다”
암을 이겨낸 투혼을 바탕으로 2008시즌 16승과 3.21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존 레스터가 외치는 말이다.
조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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