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語(논어) 첫머리의 이 문장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뜻은 녹녹하지 않다. 대체 배울 學(학)과 익힐 습(習)의 관계는 무엇인가?
學(학)은 본받을 效(효)나 깨달을 覺(각)과 관계가 있다. 곧, 배움이란 앞 사람을 본받는 일에서 시작해서 스스로 깨닫는 일까지를 가리킨다. 而(이)는 앞의 일과 뒤의 일을 이어주는데 어떤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무엇을 하거나, 어떤 일을 하고난 뒤에 다른 일을 한다는 뜻이다. 時(시)는 ‘때때로’ 또는 ‘그때그때 늘’이란 뜻에 가깝다. 習(습)은 깃 羽(우)의 글자가 들어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새가 자주 날아서 반복을 통해 익히는 일을 가리킨다. 學習(학습)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조선의 신동 金時習(김시습)의 이름도 이 구절에서 따왔다. 之(지)는 앞에 나온 것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學(학)의 내용, 곧 배운 내용을 가리킨다.
不亦(불역)은 ‘또한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는 뜻이다. 문장 끝에 乎(호)가 있으면 반문의 어조가 더 커진다. 亦(역)은 ‘또한’이라고 풀이한다. 이 글자는 감탄의 의미를 지니며 어조를 고르게 해 준다. 說(열)은 기쁠 悅(열)과 같다. 공부한 것을 반복해 익히면서 마음속 깊이 기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學習(학습)은 어떤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배운 것을 스스로 깨닫고서 반복하여 익혀 자기 것으로 삼는 體得(체득)의 일을 말한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배움에 뜻을 두었으며 배움을 싫증내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하였다. 또 發憤忘食(발분망식)하여 늙음이 이르러 오는 것도 알지 못했다고도 회상했다. 배움에 분발하여 밥 먹는 일조차 잊었다는 뜻이다. ‘논어’는 공자와 제자들의 어록이다. 우리가 보는 ‘논어’는 모두 20편인데 첫 편이 바로 이 구절에서 이름을 정한 學而(학이)편이다. ‘논어’ 첫머리에 배움에 대한 말이 놓여 있는 의미를 곰곰 생각해 보아야 ‘논어’를 제대로 읽어나갈 수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