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2009신춘문예]시나리오 ‘메모’

입력 | 2009-01-01 00:11:00


■ 당선 소감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 깨달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만 열중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타인을 바라보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지나친 비판의식으로 살아갔습니다. 김길수 교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너의 명예와 부를 위해서 글을 쓰지 마라. 너의 글을 읽고 웃어주는, 울어주는 작은 소녀가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라”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겠습니다.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깨어 있는 시선과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문화와 예술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힘을 믿습니다.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기에 자만하지 않고 성실한 자세로 즐거운 글쓰기를 하겠습니다.

순천대 철학과, 문예창작과 선생님들과 선후배들. 어떤 지식인보다 세상을 차분히 관조하시는 칠복식당 아주머니. 항상 터미널 앞에서 눈물 흘리며 배웅해 주는 내 친구 경미. 인천시의 즐거운 버스운전사 작은아버지. 책만 붙들고 사는 바보 같은 딸을 항상 믿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부끄럽고 못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불현듯 찾아오는 발상의 끈을 잡고 하루 종일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들. 앞으로도 성실하게 꾸준히 정진하는 자세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1983년 전남 고흥 출생 △순천대 철학과 졸업 △순천대 문예창작과 재학 중

■ 심사평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솜씨 돋보여

심사기준은 독창성이라는 측면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그리고 주제나 내용에 담긴 작가의 진정성을 봤다. 세 번째로 형식적인 완성도를 눈여겨봤다. 상업성은 상대적으로 덜 고려했다. 전체적으로 감정적 쾌감을 안겨 준 작품들은 보너스 점수를 줬다. 예컨대 결말이나 캐릭터가 주는 쾌감 혹은 정서적 여운, 철학적 사유 같은 것들 말이다.

당선작 외에도 ‘그림 그리는 남자’ ‘침대 밑의 남자’ ‘네 번째 이별’ 등은 심사기준 안에 들어왔다. ‘네 번째 이별’은 독창성이 아쉽고, ‘침대 밑의 남자’는 사건의 연결 고리들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우연에 의존한 약점이 아쉽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그림 그리는 남자’는 모든 면에서 탁월했으나 초·중반부의 쾌감이 중후반 이후 척척 걸어 나가지 못하고 지지부진해지는 아쉬움이 있다. 지수를 제외하면 인물들이 다소 통념적으로 결말을 맺는다.

‘메모’는 초·중반 많은 사변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결말로 가며 인간이 지닌 양면성을 독특하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한정된 공간과 뻔한 인물들의 구도 안에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솜씨도 돋보인다. 선악과 인습적인 자기검열, 처세나 소심한 자기억압, 악마성의 포장 등등을 생각하게 하는 여운도 보너스로 선사한다.

정윤수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