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동아일보의 다채로운 문화사업이 펼쳐진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국보급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전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고, 앤디 워홀의 작품 중 250여 점의 인물화만을 엄선한 ‘앤디 워홀 인물전’ 등 미술 전시가 돋보인다.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으로 다시 세계적 각광을 받은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새롭게 선보일 오페라 ‘투란도트’의 웅장한 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바이올린 배틀’로 5회 대회를 뜨겁게 달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올해로 24년째를 맞은 ‘완창판소리’ 그리고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이 준비돼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클림트 아시아 첫 전시회 2.2∼5.15
영화 ‘프리티 우먼’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1990년과 1991년 두 편의 영화로 예술 문외한이던 일반 관객들을 서구 음악과 미술의 심장부로 안내한다. 1990년 ‘프리티 우먼’에서 난생 처음 보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빠져들어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던 그녀가 그 다음 해 영화 ‘사랑을 위하여’에선 백혈병에 걸린 부잣집 아드님이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들을 슬라이드로 보고 미술에 눈을 뜬다. 바로 그녀를 닮은 빨간 머리의 육감적 여성들을 화폭에 담은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다. 이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와 ‘다나에’ 등은 한국에서도 연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포스터와 엽서가 됐다.
그 연인들의 화가 클림트의 작품이 한국을 찾는다. 동아일보가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과 공동 주최하는 미술 전시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토털 아트를 찾아서’를 통해서다. 2월 2일∼5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유디트Ⅰ’(1917년)과 ‘베토벤 프리즈’(1901∼1902년) ‘아담과 이브’(1901년), ‘아기’(1917년) 등 대표작을 포함해 30여 점의 유화와 드로잉 및 포스터 원본 70여 점 등 110여 점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클림트 작품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을 필두로 세계 11개국 20여 개 미술관이 작품 대여에 참여한 이번 전시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최초의 클림트 단독 전시다. 뿐만 아니라 벨베데레 미술관이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클림트의 작품을 해외 전시에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클림트의 작품을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클림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붕괴하던 세기말을 대표하는 화가다. 미술사적으로는 미학과 실용을 결합해 총체적 예술(토털 아트)을 추구한 빈 분리파를 대표하는 화가이면서 화려한 황금빛 장식 표현과 파격적이면서도 과감한 에로티시즘을 통해 운명의 여인에서 악녀까지 다양하게 변주된 ‘팜 파탈’의 이미지를 구축한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이번 전시에는 ‘키스’와 ‘다나에’, ‘물뱀’ 연작과 ‘아델레 블로흐바워 부인’ 등은 빠졌다. 그러나 미술과 공예, 회화와 건축의 결합을 시도한 빈 분리파를 대표하는 벽화 연작 ‘베토벤 프리즈’와 팜 파탈 이미지를 대표하는 ‘유디트Ⅰ’ 그리고 그의 작품으로선 이례적으로 갓난아기의 순수함을 장엄하게 포착한 ‘아기’ 및 다양한 드로잉과 포스터 작품을 통해 클림트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벨베데레 미술관 부관장인 알프레트 바이딩거 씨와 클림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제인 캘리어 씨가 큐레이터로 직접 참여해 그토록 여성성을 찬미했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클림트의 이율배반적 생애와 작품세계를 안내한다.
■ 앤디 워홀 인물전 12.12∼2010.4.4
2007년 개봉한 영화 ‘팩토리 걸’은 미국 팝아트의 화려한 아이콘인 앤디 워홀을 불안한 영혼을 지녔지만 냉철한 예술가로 그려냈다. 워홀에 의해 삽시간에 팝아트의 ‘뮤즈’로 떠올랐다가 그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한 뒤 무참하게 버려진 에디 세즈윅(시에나 밀러)과 워홀의 관계는 카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의 그것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워홀은 “미래엔 누구나 15분 안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라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는 듯 ‘제2의 오드리 헵번’을 꿈꾸던 부잣집 딸 세즈윅을 문화예술계의 ‘잇 걸(It Girl·여론의 각광을 받는 매력적 젊은 여성)’로 만든다. 하지만 세즈윅이 표면의 미학을 중시하는 워홀의 예술세계에서 영혼의 허기를 느끼자 그녀에게서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 그런 면에서 워홀이야말로 작품 대상의 겉모습과 상품성만을 진액으로 추출해 내는 철저한 에고이스트였다. 그 에고이스트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분석기관 아트프라이스의 2007년 세계 500대 경매작가 순위에서 역시 예술적 에고이스트로서 악명이 자자한 피카소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철저히 표면에 집착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묘한 공허감과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워홀의 작품이 다시 찾아온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주최하는 ‘앤디 워홀 인물전(The Great World of WARHOL)’이다. 올해 12월 12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해 100일간 열릴 이번 전시는 미국 앤디 워홀 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 미술관이 워홀의 작품 중에서 초상화 작품 250여 점을 엄선해 1년간 그랑 팔레 미술관을 포함해 전 세계 단 3곳에서만 전시하는 특별기획전이다. 현재까지 전시장소는 파리와 서울 2곳만 정해진 상태다.
그랑 팔레에 전시될 작품 대부분이 그대로 전시될 서울 전시회에선 워홀의 자화상과 메릴린 먼로, 마오쩌둥(毛澤東), 재클린 케네디 등 워홀이 화폭에 담은 유명인사 140여 명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작품 수로만 보면 워홀의 20주기를 맞아 2007년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최했던 ‘앤디 워홀 팩토리’전에 소개된 160여 점을 능가한다.
그의 예언이 진정 실현되기 시작한 유튜브의 시대, 그의 눈에 포착된 세계적 유명인사의 실상과 허상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앤디 워홀은 말했다. “앤디 워홀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의 표면을 관찰하면 된다. 그 표면 밑으로 숨겨진 건 아무것도 없다.” 과연 그의 작품 이면에 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을까. 아니면 감추고 싶은 그 무엇 때문에 혹시 그처럼 많은 허상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 장이머우 오페라 ‘투란도트’ 9.10∼14
중국의 세계적 영화감독이자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의 총감독을 맡았던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오페라 ‘투란도트’가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웅장한 무대를 펼친다.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 및 방문의 해를 기념해 동아일보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이번 무대는 200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첫선을 보인 장 감독 연출 투란도트 공연의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할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칼라프 왕자의 개선행진 장면에서 화려한 불꽃놀이와 섬세한 조명효과를 대폭 보강해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도록 하겠다는 것이 장 감독이 준비한 회심의 카드다. 9월 10∼14일 총 4차례 펼쳐질 이번 무대는 투란도트 공주 역에 소프라노 바르바라 데 마이오 카프릴리와 조반나 카솔라, 쑨슈웨이(孫秀葦)가 번갈아 나서고 칼라프 왕자 역에는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와 다리오 볼론테 등이 캐스팅됐다. 세계 최정상의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1200여 명의 출연진이 수놓는 장관을 기대해도 좋다.
■ 5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 4.15∼26
2007년 성악, 2008년 피아노 부문으로 치러진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가 올해는 바이올린 부문으로 치러진다. 4월 15∼23일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1, 2차 예선과 준결선을 치르며 결선은 콘서트홀에서 25, 26일 열린다.
심사위원은 로드니 프렌드(영국), 에두아르트 그라치(러시아), 울프 횔셔(독일), 제임스 버스웰(미국), 콘스탄티 쿨카(폴란드), 피에르 아무아얄(프랑스), 시미즈 다카시(일본), 후나이위안(대만) 씨 등 8명의 해외 음악인들과 국내의 강동석 김남윤 김영욱 씨 등 모두 11명이다. 올해 바이올린 부문에는 17개국 68명이 참가 신청을 했으며 DVD 예비심사를 통해 12개국 35명의 1차 예선 참가자들을 선정했다. 입상자들에게는 1위 5만 달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과 함께 국내외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리사이틀, 세계적인 음반사 낙소스와의 리코딩 등 다양한 특전을 제공한다.
■ 동아국제사진공모전
사진을 통한 전 세계 작가들의 문화교류를 목표로 카메라 전문업체 캐논과 공동 주최하는 행사. 올해로 2회를 맞아 10월 중에 개최될 예정이다. 풍속과 환경이 서로 다른 국가와 민족의 생활 감정을 담아내되 사진예술의 새롭고 무한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품이라면 주제에 상관없이 전 세계 사진작가 누구나 출품할 수 있다.
■ 2009 완창 판소리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정돼 세계인의 보물로 거듭난 판소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무대. 안숙선 송순섭 김일구 씨 등 대표적 명창들이 혼신의 열정을 다해 흥부가 춘향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등의 작품을‘완창’한다. 동아일보가 국립극장과 공동 주최해 3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흥겨운 마당을 펼친다.
■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지역의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가 올해에도 계속된다.
2007년 동아일보사와 한진중공업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뜻을 함께하여 시작한 이 행사는 그동안 16개 지역에서 열려 청소년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에도 전국 10개 지역을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