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제정세는 그 어느 해보다 유동적이고 불안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휘몰아치는 가운데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체제의 안정성과 효율성은 도전받게 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의 성패(成敗)와, 단극체제에서 다극화(多極化)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 얼마만큼 잘 적응하느냐가 모든 나라의 생존과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분단의 멍에까지 짊어진 우리로선 더욱 그렇다.
중층적(重層的)인 안목과 지혜가 절실히 요청된다. 미국의 비중이 여전히 크긴 하지만 미국 혼자 힘으로는 세계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27개국으로 확대된 유럽연합(EU)만 해도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유로가 5년 뒤에 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있다. 2025∼203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일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응이 우선 주목된다. 석학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지난해 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위기에 빠지면 세계의 안정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변화의 폭과 속도를 조절해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일은 아직도 미국의 몫이다. 동맹인 우리로선 긴밀한 한미공조 속에서 변화의 격랑을 헤쳐 나가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글로벌 전략동맹의 공고화가 긴요한 이유다.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의 첫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영국 브라질과 함께 G20 정상회의 준비국으로 선정됐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향후 새롭게 구성될 G14 또는 G16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중국 일본과의 첫 3국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주도했고, EU와의 FTA 협상 타결도 눈앞에 두고 있어 위상과 역량 면에서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다.
비록 남북(南北) 대치는 여전하고, 북한의 핵위협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발등의 불 끄기’식 외교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 안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밖으로는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당장은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외교를 해나가야 한다. 올해가 그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