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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관매직’ 혐의 주지사, 오바마 후임 상원직 지명 강행

입력 | 2009-01-01 00:11:00

연방 상원의원직 ‘매직’ 혐의로 기소된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왼쪽)가 지난해 12월 30일 기자회견에서 롤런드 버리스 전 일리노이 주 법무장관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후임 상원의원으로 지명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는 버리스 전 장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시카고=로이터 연합뉴스


버리스 前 일리노이주 법무장관 수락

민주 “인정 못해” 오바마 “실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퇴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 주 연방 상원의원직을 팔려다가 매관매직 부패혐의로 기소된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지난해 12월 30일 연방 상원의원 자리에 흑인인 롤런드 버리스(71) 전 일리노이 주 법무장관을 지명했다.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지사로서 나는 연방 상원의원 후임자를 지명할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일리노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후임 상원의원직을 공석으로 내버려두는 것은 주민들의 권리를 빼앗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명을 받은 버리스 전 일리노이 주 법무장관은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독직비리혐의) 문제는 나와 무관하다”며 “30년 동안 한마음으로 일리노이 주를 위해 봉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상원의원 지명을 수락했다.

변호사 출신인 버리스 전 장관은 1978년 흑인으로서는 처음 주 감사관에 선출돼 세 차례 연임한 뒤 일리노이 주 법무장관을 지냈다. 1984년 일리노이 주 연방 상원의원직에 도전했지만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1994년, 1998년, 2002년에는 세 차례 연속 주지사 선거에도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기소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후임 상원의원을 지명해선 안 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에 의해 지명된 인물은 일리노이 주의 대표가 될 수 없으며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그를 동료의원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들은 미 연방헌법 1조 5항에 명시된 ‘상하 양원은 국회의원 후보자의 선거와 자격에 대한 심판관’이라는 규정에 따라 주지사 지명권 행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선거법 전문가는 거부 권한이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1969년 금융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애덤 파월 하원의원에 대해 동료의원들이 자격을 박탈하려고 했을 때 ‘의회가 의원의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연령 △국적 △현 거주지 등 헌법에 명시된 피선거권의 자격에 국한돼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결국 법정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편 오바마 당선인은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의 임명 강행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민주당 상원의원들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버리스 전 법무장관은 훌륭한 인물이지만 나는 비리로 기소된 주지사가 지명한 인물을 상원의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