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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人 가나엠씨 “한국인도 중동에 관심 더 가져줬으면”

입력 | 2009-01-01 15:38:00

팔레스타인 출신 야서 가나엠씨는 조국의 소식을 전하는 TV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 했다.


"팔레스타인에도 한국처럼 평화가 오겠죠?"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아랍 가정식 레스토랑 '페트라'를 운영하는 팔레스타인인 야서 가나엠(Yaser Ghanayem·38) 씨의 새해 소망은 가자 지구에 총성이 멈추고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구랍 31일 만난 가나엠 씨는 아랍 TV 중계로 팔레스타인 상황을 줄곧 지켜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가나엠 씨의 새해 소망은 어릴 적부터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바로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정착되는 것. 그는 "매년 같은 희망을 품어 보지만 평화는 점점 멀어지고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며 한숨지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5일째 계속되면서 1일 현재 팔레스타인 희생자 수가 4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엠 씨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가자지구에는 정식 군대도 없을 뿐더러 힘없는 여자와 아이들만 죽어가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현재 한국에 팔레스타인인은 40명 정도 살고 있으며 이들은 자주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고국의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가나엠 씨는 "지금은 중동에 평화가 오느냐, 전쟁이 오느냐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라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도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격이 강한 영혼을 가진 팔레스타인인들을 결속시켜 더욱 더 투쟁에 나서게 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일본- 한국의 역사와 비유하면서 한국인들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팔레스타인과 아무 관계가 없는 나라들이 이스라엘 규탄 시위를 하는 것처럼 같은 역사를 공유한 한국인들도 인류애를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 한국인들은 팔레스타인의 슬픈 역사에 대해 무관심해 보인다는 것이다.

가나엠 씨의 국적은 팔레스타인, 요르단, 호주 3개나 된다. 1948년 전쟁으로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라크와 요르단, 시리아 그리고 레바논 등지로 피난을 떠났고 그의 친척들은 요르단으로 갔다. 그는 1990년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기 위해 호주에 갔다가 8년 전 영어 강사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의 친척들은 여전히 요르단 접경지역인 서안지구에서 살고 있다. 공습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기 때문에 무사하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한 상태라고 한다. 그는 "난민의 삶은 고통 그 자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의 간절한 소망이 올해에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장 팔레스타인에도,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 않았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