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學而(학이)편에는 공부의 방법과 삶의 자세에 관한 가르침이 많다. 공자는 윗자리의 君子(군자)는 重厚(중후)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제자 曾子(증자)는 매일 자신을 三省(삼성)한다고 했다. 이 글에서 공자는 내실 없이 말만 잘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태도를 특히 비판했다.
巧(교)는 아름답다, 훌륭하다, 꾸민다는 뜻이다. 巧言(교언)은 말을 꾸미는 일, 혹은 번드르르하게 꾸민 말을 가리킨다. 말을 교묘(巧妙)하게 하는 것이 巧言이다. 令(령)도 명령의 뜻의 아니라 훌륭하다는 뜻을 지니되, 令色(영색)이라고 하면 얼굴빛을 좋게 꾸미는 일, 혹은 겉으로만 잘 꾸민 얼굴빛을 가리킨다.
鮮(선)은 드물다, 거의 없다는 뜻이다. 新鮮(신선)이나 鮮明(선명)의 뜻과 다르다. 矣(의)는 보통 문장의 끝에서 단정의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는 문장의 순서를 거꾸로 만들고 개탄하는 뜻을 드러냈다. 鮮矣仁(선의인)은 仁鮮矣(인선의)를 뒤집어 말해서 뜻을 강조한 것이다.
巧言令色의 사람 가운데 어진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고 ‘드물다’고 한 이유는 그 자체가 죄악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나 외교의 장에서 巧言令色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공자는 ‘논어’의 다른 곳에서도 “巧言令色으로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左丘明(좌구명)이 부끄럽게 생각했었는데, 나 또한 부끄럽게 여긴다”라고 했다. 巧言令色을 나쁘게 여기는 것은 ‘尙書(상서)’ 즉 ‘書經(서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巧言令色의 사람은 남에게 아첨하는 (녕,영)(녕)의 태도를 짓기 쉬워서다.
그런데 仁(인)은 무엇인가? ‘논어’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仁이다. 仁은 인간이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을 가리키되, 공자는 仁을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정의했다. 이 글에서는 남을 대하는 진실한 마음을 뜻한다고 보면 좋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