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1930년을 전후로 수학과 과학적 지식의 본질적인 한계를 입증한 양대 이론이다. 불완전성의 정리의 핵심 아이디어는 무(無)모순성과 완전성을 동시에 갖춘 수학 체계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수학 체계의 무모순성을 유지하려면 증명할 수 없는 정리가 나타나 완전성이 무너지고, 모든 정리가 체계 내에서 증명되는 완전성을 이루려면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 불완전성의 정리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도 비슷한 아이디어다. 미시 세계에서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정하려면 운동량이 결정되지 않고,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위치가 모호해진다. 즉 미시 세계에서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괴델과 하이젠베르크는 각각 수학과 물리학에서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 불가능함을 갈파한다. 국제중 전형과 신설되는 자율형 사립고의 입시 예정안을 보면서 불완전성의 정리와 불확정성의 원리가 떠오른 이유는 이들 학교의 입시가 수월성과 평등성이라는 모순적인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이다.
국제중의 경우 1단계 서류심사와 2단계 개별면접 후에는 추첨으로 3단계 전형을 실시했다. 2단계까지 통과한 학생이 세 가지 중 한 가지 색깔의 탁구공을 고르고 교장선생님이 색깔을 선택함으로써 최종 당락을 결정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국제중의 설립 취지를 따른다면 선발 역시 수월성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추첨이라는 평등의 방식을 결합함으로써 ‘누더기’ 전형이 되어 버렸다.
이런 기이한 선발 방식을 평준화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에도 적용한다고 한다. 국제중의 로또식 추첨이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된다는 예상을 하면서도 그런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토플과 경시대회 등의 공인 성적을 참고하면 사교육의 과열로 이어지므로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을 만한 기준을 적용하여 적정 수준 이상의 후보군을 넓게 선정하고, 마지막 선발은 추첨에 의존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인정해야 할 점은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을 아무리 모색해도 사교육 수요는 고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입시의 성격에 따라 사교육의 유형이 다양해질 뿐이다. 올해 모 국제중 면접에서는 병자호란에서 주화파와 척화파의 주장, ‘나무를 심는 노인’에서 노인이 심은 씨앗의 이름, 국제습지(람사르)조약을 다뤘으니 이런 면접에 대비하여 사교육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국제중을 희망하는 초등학생 만물박사도 탄생할 것이다.
사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교육은 여러 요인이 맞물려 돌아가는 유기체와 같다. 전체적인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부분적으로만 바꾸면 변화된 부분은 원상복귀하거나 더 심각한 다른 문제를 파생시킨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부분에 대해 대증요법으로 어떤 변화를 주면, 변화되지 않은 주변 요인에 의해 변화된 부분이 복원력을 발휘하면서 더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교육에서는 체제가 바뀌는 전반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약이다. 예컨대 학벌주의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인식의 변화와 같이 본질적인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한 사교육 문제는 잡기 힘들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전형 방법을 조정함으로써 사교육 문제를 일소하는 계획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학교가 입시를 총체적으로 관장하도록 일임하는 편이 현명하다.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고 입시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향은 설립 목적과 정합적인 방식으로 전형을 실시하여 수월성이라는 가치를 일관되게 추구하고 더 큰 파행을 방지하는 길이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