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신년 희망 메시지로 '불황을 이기는 서울대식 취업전략'을 공개했다.
5일 서울대 홈페이지 초기 공지화면에는 '10년 후의 후배들에게 IMF(국제통화기금) 세대가 전하는 불황을 이기는 서울대식 전략'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서울대 출신도 취업을 못한다'는 말이 처음 나왔던 1998년 IMF 구제금융 위기 당시 사회에 진출한 서울대 출신 직장인 4명이 쓴 것이다. 이 졸업생들은 10년 뒤 더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는 '88만원 세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단 "'서울대 나와서 떨어졌다'는 충격에서 우선 벗어나라"고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서울대 강사인 전상민(소비자아동학부 95학번)씨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처음으로 '만만한' 회사에 입사 서류를 냈을 때 면접에 오라는 연락도 없이 1차에서 떨어져 충격을 받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전씨는 "당시 '서울대 졸업했는데 서류에서 떨어진다'는 것에 당황하고 서러워했다"며 "알고 보면 기업은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뽑을 뿐이다. 떨어지더라도 절망감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심스레,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대처하면 결국에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원론적' 충고도 나왔다.
안영리(소비자학과 93학번)씨는 '월 30만원 인턴으로 시작한 공연기획자의 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학 졸업을 앞둔 1998년 말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유학의 꿈이 좌절됐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졸업 후 미학이나 음악학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유학할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꿈을 일단 접어야 했다.
그러나 안씨는 정부지원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문화 공연 분야에서 7년간 일한 뒤 2006년 5월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올해 5월 카네기멜론대에서 예술경영 석사과정을 졸업할 예정이다.
'실용적'인 것과 거리가 먼 순수 학문을 공부한 것이 취업과 직장 생활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격려도 있었다.
종교학과를 나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된 성진경(91학번)씨는 "인문학 전공자들이 '시장'에 나와 취직했을 때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와 콤플렉스에 빠져드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며 이는 잘못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시장이란 이론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수학적 분석에 따르는 것도 아니어서 종교학과에서 배운 논리력과 직관적 사고가 상황 판단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힘든 공부를 해야 하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보상이 적은 것 같다고 해서 한눈을 팔지는 말라"는 쓴 소리를 던지는 선배도 있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기업 구글에 다니는 정재웅(컴퓨터공학과 94학번)씨도 "엔지니어로 살아가다 보면 거의 모두에게 찾아오는 방황의 순간들이 있다"며 "후배들에게 그것들을 극복하고 행복한 엔지니어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공대에 입학하면 다른 과보다 많은 공부량에 시달려야 해 이 노력으로 고시를 보면 금방 성공하겠다는 유혹을 느낀다. 의대를 가거나 금융계나 컨설팅업계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며 "하지만 다들 생각하는 탈출구가 같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인터넷뉴스팀
▶ IMF세대가 88만원 세대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