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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법안 낙인찍기

입력 | 2009-01-06 20:14:00


낙인찍기의 대가(大家)는 히틀러 나치 정권의 선전부 장관을 지낸 파울 요제프 괴벨스다. “거짓말에 대해 사람들은 처음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계속되면 결국 믿게 된다.” “나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지 감옥에 보낼 수 있다.”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간명한 말로 선전선동의 위력을 설파한 바로 그 사람이다. 유대인 가슴에 ‘다윗의 별’ 마크를 달게 한 나치의 수법도 낙인찍기의 하나다.

▷원래 낙인 이론은 제도나 관습, 규범 등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오히려 범죄를 유발한다는 범죄학 이론에서 나왔다. 일탈자로 낙인찍히는 사람은 결국 범죄자가 되고 말더라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주변에서 ‘바보’라고 낙인찍으면 이 아이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하게 돼 진짜 바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낙인 이론을 가장 자주 활용하는 집단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다. 연말 연초 의사당 폭력사태를 빚은 민주당이 그중 압권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정기국회 때 100만 원의 포상금을 걸고 ‘대여(對與) 낙인찍기’ 아이디어를 공모하기까지 했다. 정부 여당이 제출한 법안에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부자 감세법’(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개편) ‘재벌 비호법’(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융자본-산업자본 분리 완화) ‘방송 장악법’(기업과 신문의 방송 소유 허용) ‘신공안법’(시위피해 집단소송제 도입, 인터넷 포털 규제) 등의 낙인을 찍어 ‘신(新) 4대 악법’으로 규정한 게 대표적인 예다.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국가보안법 폐지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과거사 관련 법안, 언론관련 법안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4대 악법’으로 규정한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전혀 성격이 다른데도 말이다.

▷민주당은 ‘마스크 금지법’ ‘부동산 폭탄’ ‘1% 특권층 감세법안’ ‘재벌에 방송 줄래’처럼 법안 내용을 왜곡하는 낙인들도 마구 찍었다. 노 정권 때 야당인 한나라당이 ‘세금폭탄’(종부세) ‘잃어버린 10년’(경기침체) ‘용돈연금’(국민연금)이라고 한 데 대한 보복인 셈이다. 낙인찍기는 대중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덮어씌우기 전술이지만 국민은 결국 진실을 알게 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