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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禮與其奢也寧儉이요 喪與其易也寧戚이니라

입력 | 2009-01-07 02:59:00


‘논어’ 八佾(팔일)편에서 魯(노)나라의 林放(임방)이 禮(예)의 근본에 대해 묻자 공자는 두 구절로 대답했다. ‘與其A 寧B’의 짜임이다. A나 B나 모두 충분하지는 않지만 A와 B를 비교한다면 B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는 뜻을 지닌다. 寧(녕)은 安寧(안녕)이란 뜻이 아니라 ‘차라리’라는 뜻이다.

禮는 본래 醴酒(예주) 곧 감주를 이용해서 거행하는 儀禮(의례)를 의미했다. 여기서는 공공의 儀式(의식)을 뜻한다. 奢(사)는 과대(誇大)하다는 뜻이다. 奢侈(사치)라고 풀이해도 좋다. 奢의 옛 글자는 大 아래에 多를 썼고, 侈(치)에도 多가 들어 있다. 奢侈란 본래 남보다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뜻했다. 과도하게 성대한 것도 사치라고 한다. 儉(검)은 나란히 신에게 삼가 기도하는 것을 뜻했는데, 儉約(검약)이나 儉素(검소)의 뜻으로 사용된다.

喪(상)은 哭(곡)과 亡(망)으로 이루어져 장례에서 슬피 우는 일을 말한다. 여기서는 망자를 대하는 예식을 모두 가리킨다. 참고로 葬(장)은 망(망)과 死(사, 시)로 이루어져 있다. 시신을 풀덤불에 두었다가 풍화한 뒤 뼈를 수습해서 묻는 일을 뜻했다. 易(이)는 바꿀 易(역)과는 달리 ‘다스리다’의 뜻이다.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戚(척)은 도끼를 뜻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슬퍼한다는 뜻이다.

유학자들은 喪葬(상장)을 지나치게 존중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미 공자는 虛禮(허례)를 배격했다. 八佾편에서 공자는 또 “남들의 위에 있으며 寬大(관대)하지 않고 예식을 거행하며 恭敬(공경)하지 않으며 喪禮에 임해 슬퍼하지 않는다면 무어 볼만한 것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禮의 근본은 誠(성)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