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양식 건물들… 길 대신 운하로 오간다
8일 개봉하는 ‘비발디’의 원제에는 ‘베니스의 왕자(Un Prince `A Venise)’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바이올린 연주자인 안토니오 비발디의 생애와 음악을 다룬 전기 영화. 내용이 단조롭지만 비발디의 고향인 베네치아의 풍광과 함께 음악 연주를 담은 몇몇 장면은 인상적입니다.
영화 초반 비발디는 연주회를 마친 뒤 동료와 함께 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마차 대신 배를 타고 길 대신 운하 위를 오가는 베네치아 사람들의 모습은 이방인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듭니다.
베네치아의 건축문화는 비잔틴 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만나는 입지 덕분에 그리스 로마 건축 외에 이슬람과 동양 건축의 특징도 흡수한 것입니다. 건물 정면은 대개 운하 쪽을 향해 있어 나란히 늘어선 건물들 뒤쪽으로 가로가 형성됐습니다.
하나의 광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벌어지는 유럽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수많은 광장이 흩어져 있는 것도 운하 때문입니다. 베네치아에는 산마르코 성당 앞의 커다란 광장 외에도 수십 개의 작은 돌바닥 광장이 있습니다.
계획 없이 자연적으로 성장해 복잡하게 얽힌 가로와 달리 산마르코 광장은 명쾌한 ‘L’자 형태로 도시 전체를 정리하는 인상을 줍니다. 비잔틴 양식의 산마르코 성당과 이슬람풍 고딕 양식의 팔라초 두칼레가 나란히 서서 동서 문화 교류의 중심지였음을 알려줍니다.
원수 공관으로 쓰였던 팔라초 두칼레는 베네치아 건축의 복합적인 뿌리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건물입니다. 고딕 양식의 구조를 가졌지만 외벽 구성과 디테일 장식은 이슬람 양식을 따랐습니다. 영국의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은 팔라초 두칼레를 보고 “세계의 중심이 될 만한 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가 감질나게 보여주는 베네치아가 흡족하지 못하다면 할리우드 영화 ‘이탈리안 잡’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영화 내용만큼 화면에 담긴 도시의 풍광도 ‘비발디’보다 훨씬 시원합니다.
(도움말=손세관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