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발표한 ‘녹색 뉴딜’ 사업에는 4년간 50조 원이 들어간다. 작년 11월 발표된 일자리 확대 및 내수 진작을 위한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은 14조 원짜리다. 지역발전정책은 작년 12월에 확정된 2단계 계획의 사업비가 42조 원이고, 9월에 나온 1단계는 56조 원이어서 합하면 5년간 98조 원이 들어간다. 이것들 말고도 감세(減稅)와 별도의 경기부양 등 국민에게 약속한 사업이 수두룩하다.
대형 사업들이 독립적으로 추진되지 않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제각각 벌이는 사업이라면 위의 4건에만도 162조 원이 필요하지만 14조 원이 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처럼 중복이 적지 않아 실제 사업비 총액은 줄어든다. 정부는 재정사업들을 이리 묶고 저리 재분류해 사업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했다 하면 몇십조 원 사업이다 보니 국민은 오히려 둔감해진다. 몇천억 원 규모의 사업은 정부가 잔일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미 발표된 사업, 신규 사업, 중복 사업 등을 체계적으로 구분해 국민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잠시 국민의 눈과 귀를 잡기 위해 부풀리기를 반복하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떨어지기 쉽다.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다.
재원(財源) 확보는 뒤로 미룬 채 사업 규모와 장밋빛 결과만 강조하는 것도 ‘신뢰의 위기’를 맞을 우려가 있다. ‘녹색 뉴딜’의 경우 국비, 지방비, 민자(民資)에서 75 대 10 대 15의 비율로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큰 그림만 제시됐다. 계획상 올해 필요한 사업비만 6조4239억 원인데 확보된 예산은 68%인 4조3626억 원에 그친다. “부처별로 구체적인 조달 방안이 곧 나올 것이며 사업들의 종료 시기도 2월 초까지 정해질 것”이라는 정부 설명은 성의가 없고, 날림이라는 인상을 준다. 내년 이후 3년간의 사업비 45조6866억 원도 해마다 예산을 짜는 과정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을 풀어 대규모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정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업계획에 재원 대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석 달 전 발표한 대로 ‘절약, 효율, 책임’이라는 재정운용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각국의 경기부양 경쟁은 단순히 ‘더 많이 쓰기’의 양적 경쟁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쓰기’의 질적 경쟁임을 정부도 국민도 직시해야 한다.
작년 말 국회 의결에 따라 올해 발행할 국고채(國庫債) 규모가 74조 원이고, 올해 발생할 재정적자도 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후손을 포함한 국민의 빚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