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지역구 사천 주민들
일부는 “속 시원했다” 두둔
“당 대표라는 분이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스러웠어요. 발을 구르고 걷어차는 모습이 마치 행동대장 같던데요.”(38세 주부)
“사과를 해야 될 일 아니겠습니까? 행동이 너무 심하던데, 잘못 뽑았다는 생각이 듭니다.”(63세 시설재배 농민)
“경기 불황으로 어민과 상인은 너무 힘듭니다. 그런데 지역구 의원이라는 분이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분을 참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에 짜증이 나데요.”(40세 생선회 좌판상인)
최근 국회에서의 폭력적 행위로 비판을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지역구인 경남 사천시를 7일 찾았을 때 지역 민심은 싸늘했다. 5일 ‘국회 활극’이 뉴스를 타면서부터다.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격앙된 말투로 비판하는 시민이 많았다.
인구 11만여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반농반도(半農半都) 사천에서 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스타였다.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방호 전 사무총장을 꺾고 당선되면서 일약 유명 인사가 됐다.
60대 노인은 이날 “회관이나 다리 놓아주는 여당 실세보다 가진 것 없는 우리를 대변하는 촌놈이 훨씬 좋았다”며 “그런데 어쩌다 일을…”이라고 혀를 찼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31일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당선 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을 벗어난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았을 때 사천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강 대표의 행동을 두둔하는 시민도 있었다. 한 건축업자(34)는 “독선적인 한나라당과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민주당에 하이킥을 날린 것 같아 속 시원했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강 대표의 국회 난동은 정치사에서 꾸준히 있던 행태 아니냐? 할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50세 사천 출신 출향인사)
일부 온정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천 시민은 “과정이나 목적이 어찌됐든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강 대표의 반성을 촉구했다.
사천=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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