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시장은 5000억원 규모(2008년 추정)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 구대륙은 물론이고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에서도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일본이 정점에서 떨어지고 있다면 한국은 급속하게 상승하는 시장이라 한국에 더욱 포커스를 맞추는 와이너리와 회사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와인 소비자들은 어떤 와인을 사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그동안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국내 최고의 스포츠레저생활 전문지를 지향하는 ‘스포츠동아’는 2009년 와인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가이드로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고, 이를 통한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을 일구기 위해 와인수입사들과 함께 가격 대비 맛(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찾아 소개하는 ‘밸류 와인(Value Wine)을 찾아서’ 캠페인을 진행한다.
차가워질수록 과일향·풀향 산뜻
○두르뜨 뉘메로앵 블랑(Dourthe Numero 1 Blanc·사진)
1840년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 설립된 두르뜨는 2007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와인품평회 ‘인터내셔날 와인&스피리츠 컴피티션’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 프로듀서’에 선정된 보르도의 대표적인 네고시앙이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20번째 생일을 맞아 생산한 ‘두르뜨 뉘메로앵 블랑’2007 빈티지를 당시 보르도 브랜드 와인(샤토에서 자체 생산하지 않고, 네고시앙 등에서 만든 와인) 가운데 유일하게 추천했다.
파커와 더불어 와인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젠신스 로빈슨도 16.5점(20점 만점)이라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선사했다.
보르도의 유명 와인메이커 드니스 드부르디에와 크리스토퍼 올리베르가 15년 간 함께 연구해 만든 작품.
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매우 뛰어난 품질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소비뇽 블랑 100%로 만든 이 와인은 과일향과 풀향이 산뜻하고, 입안을 채우는 느낌이 근사하다. 연두빛이 감도는 지푸라기색을 지닌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갈 때 경쾌함이 간질거린다. 온도가 미지근하면 불쾌한 신맛이 올라오지만 얼음에 잘 재워 차가워지면 매혹적인 향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와인바 ‘쉐조이’ 사장 겸 와인교육전문가 안준범씨는 “입안에서 부드러움, 적당한 무게감과 산미가 느껴지고 끝에 깔끔하게 끊어준다. 대신 피니시는 짧다. 아페리티프 해산물과 무난히 매치된다. 쉽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로 가격 대비 ‘해피’한 와인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둥근맛에 안성맞춤
○에쿠스 카베르네 소비뇽(Equus Cabernet Sauvignon)
한국인은 둥근맛을 내는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는데 그럼 점에서 안성맞춤이다.
술술 넘어간다. 깊고 진한 자주빛의 액체가 입 안을 진하게 꽉 채우면, 대중적으로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느낌을 받는다.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서원선 소믈리에는 “알코올이 많이 올라오는 게 다소 부담되지만 무난하게 과일향을 즐기면서 마실 수 있다. 산도와 탄닌이 적절히 배합됐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가격 대비 좋은 맛을 내는 와인이다”고 말했다. 참고로 라벨에 등장하는 말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다. 와이너리 ‘하라스 데 피르케’는 종마와 와인을 함께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입안 간질이는 버블의 유혹
○아랄디카 모스카토 다스티(Araldica Moscato d'Asti)
모스카토 와인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입안을 간질이는 버블,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달콤함, 산뜻한 산미까지 유쾌하고 경쾌하다.
‘아랄디카 모스카토 다스티’는 1만원대의 가격으로 이런 느낌을 모두 전달하니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옅은 볏짚 빛깔의 액체는 상쾌한 청포도와 라임의 향을 동반하고, 이는 머리 속을 양 손가락으로 마사지 하듯 기분 좋은 코드를 만들어낸다.
남프랑스 지역에서 ‘뮈스카’란 이름으로 불리는 모스카토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는데 누구에게나 와인에 대한 즐거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 ‘아스티 스푸만테’처럼 센 스파클링은 아니고, 약발포성 와인으로 보면 된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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