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기리에 연재된 ‘소설로 마시는 와인’에 이어 2009년에는‘비즈니스에 써먹을 수 있는 와인이야기’를 새로 연재한다.
소믈리에에게 직접 과외를 받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비즈니스 자리에서 와인으로 바이어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소믈리에가 몇 병의 와인을 가져왔다.
그런데 라벨의 그림이 이채롭다. 여성의 얼굴이 개성 있게 그려진 것. 얼굴 옆에는 ‘1987’ ‘1988’ ‘1989’ ‘1990’ 등 숫자가 적혀있다. 이게 도대체 뭐람. 뭔가 머리 속에 떠오를 듯 말 듯 하다. “알쏭달쏭하지. 이건 모나리자 그림이야.” 소믈리에의 한 마디가 머리를 깨끗이 비운다. 맞아. 모나리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하고는 다르지만 분명 모나리자다. 다시 한번 라벨을 보니 숫자는 빈티지를 나타내고, 빈티지 별로 모나리자 얼굴이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재미있지. 몬테베르티네의 ‘레 페르골레 토르테’라는 이탈리아 와인인데, 1971년 첫 빈티지 이후 매년 다른 모나리자의 얼굴을 라벨에 담고 있어. 원래 이 와인을 만든 사람은 세르조 마네티라는 기계공이었는데,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유명한 화가 알베르토 만프레디가 이 와인을 위해 자신이 재해석한 모나리자를 해마다 그려줬데.”
모나리자가 주는 느낌은 무척이나 강렬하다. 화가가 재해석한 느낌은 피카소를 떠올리면서도 독창적이다.
“친구를 위해 그려준 모나리자라∼ 둘의 우정도 대단했겠는데.”
“세르지오가 2000년 죽고 이듬해 알베르토도 세상을 떴다고 하니 각별한 우정이었던 것 같아. 두 사람이 죽은 뒤 아들 마르티노가 대를 이어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도 모나리자 그림은 여전히 살아있어. 생전에 그린 그림 중에서 선택해 쓴다고 하지.”
어떤 와인인지 궁금해진다. 모나리자와 두 남자의 우정이 함께 한 와인이라.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이탈리아의 유명한 와인 생산 지역 알지. 이 곳에 ‘라다 인 키안티’라는 마을이 있어. 세르조는 별장으로 쓰기 위해 땅을 구입한 뒤 친구들과 나눠 마시기 위해 2ha 면적의 작은 포도밭을 만들었고, 첫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는데 이게 맛이 굉장했던 거지. 친구들의 권유로 세르조는 가벼운 마음으로 와인 전시회 ‘빈 이태리’에 출품했는데 굉장한 평가를 받으면서 와인 업계로 투신했어. ‘레 페르골레 토르테’는 이탈리아 대표 품종인 산지오베제 100%로 만드는 데 비단결 같은 탄닌과 우아한 맛이 예술이지. 참, 와인 이름은 ‘비틀어진 포도나무’라는 뜻이래.”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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