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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경기 최저의 해, 투자 최고의 해 될 수 있다

입력 | 2009-01-09 02:58:00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아마 인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스의 거대한 신전은 오라클(oracle·신탁)을 받기 위한 장소였다. 한자의 원형인 갑골문자도 미래를 점치는 도구에서 발달했다.

하지만 인간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는 여전히 서툴다. 그래서 어쩌다가 한 번 대형 사건을 맞히면 그야말로 스타가 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속적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인간의 심리가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경제 분야에서 잘못된 예측으로 불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경제학자가 있다. 그중에서도 증권 시장은 극단적인 심리가 난무하는 곳이기 때문에 신년 주가를 점치는 ‘토정비결 대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거의 망신살 뻗치는 수준이다.

국내외 유명 경제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신년운세를 점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제2의 대공황이 온다고 경고하고, 국내 기관의 우리 경제 성장 전망치는 1%대가 주류다. 한편 신들린 인물로 떠오른 미국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하나로 한국을 꼽았다.

실제 상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자동차산업은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고 반도체 가격은 생산원가도 안 된다. 석유화학 업체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가 하면 중소 조선소와 건설사들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또 고용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와 서비스 업체들도 하루살이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업도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폭락장에서 입은 큰 상처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신년의 화두는 ‘위험 회피’다. 현금이 왕이요, 가만히 있는 것이 돈을 버는 것이다. 펀드는 패가망신, 파생상품은 대량살상무기, 환헤지(위험 회피)는 안락사와 동의어가 된 마당에 추가 수익을 위해 위험을 택할 투자자는 없다. 때로는 쉬는 것도 투자다.

그러나 너무 오래 쉬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나라의 금리가 제로에 접근하고 있고 각국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영혼이라도 팔 태세다.

위기는 오고 가는 것이다. 10년 경기 주기에서 최악의 한 해가 될 올해가 투자 운수로 본다면 최고의 해다. 원자재에서 주식까지 바겐세일이 넘쳐난다.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 잘 골라보자. 남는 장사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