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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병사들의 지휘관 평가

입력 | 2009-01-09 02:58:00


군대는 전쟁에 대비한다는 조직의 특성상 상명하복(上命下服)이 불가피하다. 적(敵) 앞에서 진격이나 사격 여부를 병사들의 자유의사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시에 지휘관에게 총살 권한까지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6·25전쟁 당시 월턴 워커 미8군 사령관은 “부산으로 후퇴하면 안 된다. 최후까지 싸워야 한다”고 지시해 “비민주적이고 광신적인 명령”이라는 일부의 비난을 산 일이 있다. 이에 워커 장군의 상관인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은 “군대에는 민주주의가 없다”고 일갈했다.

▷요즘 군(軍) 안팎에서 ‘민주 군대’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국방부는 ‘선진 병영문화’라는 비전 아래 ‘꿈과 목표가 있는 가고 싶은 군대’ ‘인간 존중의 신바람 나는 군대’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가정 같은 군대’ 등을 구호로 내세웠다. 그대로만 된다면 입대하는 젊은이나 부모가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 자유시간도 대폭 늘려 정보 격차 해소, 어학공부, 학위 및 각종 자격증 취득까지 가능하다. 단짝과 같은 부대에서 복무할 수도 있다. 반입이 금지된 금서(禁書) 목록의 비민주성 시비 같은 것만 없다면 정말 실감나는 변화다.

▷직업군인제도로서 장교집단이 형성된 것은 1800년대 이후다.(온만금 저서 ‘군대사회학’) 그 전에 유럽에선 주로 용병(傭兵)이나 귀족 출신이 장교단을 이뤘다. 용병 장교는 용병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업가’였고, 귀족 장교는 명예와 모험을 추구하는 ‘취미활동가’였다. 병사들은 마음에 맞는 장교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병역제도에선 병사가 지휘관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다. 지휘관들의 민주적 리더십에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육군은 중대장 소대장 등 초급지휘관에 대한 병사들의 상향 평가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평가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지휘관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주’와 ‘강군(强軍)’을 어떻게 양립시키느냐에 있다. 민주를 너무 내세우다 보면 군기(軍紀)와 정신 전력(戰力)을 바탕으로 한 강군 육성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장교들의 민주적 리더십 개발과 장교-사병 간의 신뢰관계에 도움이 되는 세심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