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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영균]BIS 비율

입력 | 2009-01-10 03:04:00


금융당국은 “현재 12%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대로 떨어져도 어떤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은행 대출을 가로막았던 BIS 비율이 완화되면 설 연휴 이후 은행들이 돈줄을 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12%로 높이라고 하자 대출을 중단하고 돈 쌓기에 바빴던 은행들에 자금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재촉했는데도 꿈쩍 않던 은행들이 BIS 비율 인하로 돈을 푼다면 왜 진작 내리지 못했을까.

▷과거 관치금융 시절 부실대출로 은행이 망하면 정부가 한국은행 특별융자를 통해 은행을 살렸다. 그 대신 대출 리베이트를 받은 은행장은 처벌받고 부실기업은 정리하는 게 관행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BIS 비율을 지키지 못하는 은행들이 청산되거나 강제 합병됐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무려 655개의 금융회사가 줄어들었다. 당시 일자리를 잃고 나간 동료들을 기억하는 은행원들이 12%로 높이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BIS 비율이 몇 % 이상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근거는 없다. 1980년대 남미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 채권은행 가운데 8%가 넘는 은행들이 주로 살아남았다는 설이 있다. 미국 은행을 사들이는 일본 은행을 견제할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1988년 BIS가 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발표할 당시 일본 은행들은 5% 선에도 미달했다. 어쨌든 국내에선 8% 이하면 경영개선 대상이고 10% 이하면 감시 대상이라는 게 통설이다. 고무줄 같은 기준이라지만 12%로 올렸다가 다시 내림으로써 금융당국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BIS 비율이 12% 이하인 은행은 이번 인하조치를 환영하고 있지만 힘들여 12%까지 올린 곳은 불만이다. 금세 12%로 복귀하지는 않더라도 정부를 믿고 대출을 늘리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올 초부터 본격화할 기업구조조정이 관건이다. 부도가 늘고 자산가격이 하락해 자기자본비율이 더 떨어지면 은행은 BIS 비율을 지키느라 대출을 줄여 불황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다행히 구조조정이 신속히 끝나면 살아남은 기업들은 대출 확대의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