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금리인하폭도 관심
국내 증시가 박스권 돌파에 실패했다. 지난해 11, 12월에 이어 올해 1월까지 세 번째 1,200 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끝내 안착하지 못하고 다시 미끄러지는 모습이다.
크게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첫째는 수급이다. 1,200 선은 지난해 5월 이후 거래에서 가장 많은 매물이 쌓여 있는 ‘매물대’다. 1,900 선에서부터 미끄러지기 시작한 국내 증시는 이후 가장 많은 거래가 1,200 선에서 이뤄졌다. 즉, 투자자들이 ‘1,200 선에서는 사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상당히 많이 매수에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900 선까지 급락하면서 손해를 많이 봤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1,200 선이 회복되면 매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 통상 매물대가 집중된 구간은 쉽게 돌파하기 어렵다.
둘째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다. 연말과 연초 글로벌 주식시장은 각종 부양책으로 홍수를 이뤘고 시장은 이에 환호했다. 대책이 강화될수록 경기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정 시간이 흘러야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당장의 현실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이다. 기대가 남아 있는 한 주가가 추가로 급락하기 어렵지만 악화되고 있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두고 상승 랠리를 펼치기도 어려운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 증시 모두 당분간 바닥권에서 ‘박스권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하락세가 멈추고 바닥권에서의 움직임이 이어진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상승 반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는 미국과 한국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적 발표다.
국내 증시는 15일 포스코, 대한제강, 에스원을 필두로 본격적인 실적시즌에 돌입한다. 현재 시장의 일반적 전망은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 감소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소 부진한 실적이 발표되더라도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요한 것은 올해 1분기(1∼3월) 실적에 대한 기업 및 애널리스트의 전망이다. 실적부진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증시는 다시 한 번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12일 찰스 슈워브, 알코아 등이 실적을 발표하고 14일에는 메릴린치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지난주 후반 미국 증시를 떨어지게 만들었던 요인이 부진한 경기지표와 실적이었던 만큼 주요 기업들의 실적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 관심을 가져야 할 경제지표는 14, 16일에 각각 발표되는 미국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다. 아울러 15일 결정될 유럽중앙은행의 정책금리도 관심거리다. 미국은 이미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었고 유로존의 금리인하도 기정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금리인하의 폭이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