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가 “계획없다”… 지급업체 상당수도 “현금대신 소액선물”
인천 남동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
직원이 150여 명인 이 회사는 최근 10여 년간 설 상여금을 빠뜨린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치약과 샴푸 등 생활용품이 담긴 4만 원 안팎의 간단한 선물세트를 지급하기로 했다.
A사 사장은 “전례 없는 경기불황으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며 “명절을 그냥 지나치면 직원들 사기가 떨어질 것 같아서 실용적인 선물로 성의 표시만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불황에 따른 자금난으로 설 연휴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두둑한 상여금 봉투 대신 저가형 선물세트나 현금성 선물인 상품권을 지급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취업정보포털인 커리어가 최근 종업원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 46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설에 직원들에게 상여금이나 선물 등을 지급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48.2%에 그쳤다고 11일 밝혔다.
이 중 직원들에게 선물(33.5%)이나 상품권(22.3%)을 지급하겠다는 기업이 모두 55.8%로 현금(44.2%)을 주겠다는 기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에게 선물과 상품권을 주겠다는 기업은 직원 1명에 대한 책정 금액이 각각 4만5000원, 10만4000원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기업은 직원들에게 평균 39만8000원을 줄 계획이었다.
선물 품목으로는 비누 화장품 등 생활용품이 44.0%로 가장 많았고 △참치 햄 등 가공식품(24.0%), △와인 양주 등 주류(10.7%), △사과 배 등 청과류(10.7%)가 뒤를 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1만 원가량 낮은 5만 원 안팎의 상품이 설 선물로 인기를 끌고 현금성 선물을 선호하면서 상품권 판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